'난민 하선 불허' 伊부총리, 난민납치·억류 혐의 기소 위기(종합)
살비니 "사법 당국에 부메랑 될 것…앞으로도 똑같은 결정 내릴 것"
(로마·서울=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김문성 기자 = 이탈리아 정부의 반난민 강경 정책을 주도하는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이 비인도적인 난민 대응책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시칠리아 검찰 당국은 살비니 부총리를 납치와 불법 체포, 직권 남용 등의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렸다. 수사는 아그리젠토 검찰의 루이지 파트로나그지오 검사가 맡고 있다.
검찰은 살비니 부총리가 최근 지중해 몰타 해역에서 이탈리아 해양경비대의 선박 '디초토'에 의해 구조된 난민들의 하선을 불허한 것이 위법성 있는 명령인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런 조치가 국제법은 물론 국내법에 어긋나는지 내무부 직원들에 대한 조사도 이뤄지고 있다.
지난 15일 몰타 해역에서 아프리카 난민 190명을 구조한 디초토는 이탈리아와 몰타가 서로 난민을 떠넘기려는 바람에 지중해를 맴돌다가 20일에야 시칠리아 섬의 카타니아 항에 겨우 입항했다.
살비니 부총리는 그러나 EU 차원의 난민 분산 수용 해법이 나올 때까지 한 명도 내리게 할 수 없다며 하선을 금지했다가 유엔과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자 환자와 어린이, 여성, 건강이 악화된 사람에 한해 배에서 내리도록 허용했다.
그는 대다수의 난민을 최장 10일간 해양경비함에 구금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으며 그에 대한 기소 여부가 검토되고 있다.
살비니 부총리와 같은 고위 정치인을 재판하려면 상원 승인이 필요한데 지금처럼 정부 여당이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판이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살비니는 27일 발행된 일간 일 메사제로와의 회견에서 "검찰의 이번 조사는 그들에게 부메랑이 될 것"이라며 "사법 시스템을 개혁할 준비가 돼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는 또 "나는 겁먹지 않을 것"이라며 "상원에 나에 대한 면책 특권 해제를 거부하라고 요청하지도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어 "내무장관으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며, 같은 상황에서 기꺼이 똑같이 행동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살비니와 더불어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권의 또 다른 실세인 루이지 디 마이오 부총리 겸 노동산업장관은 검찰 수사에 처한 살비니를 감싸면서도 "사법 당국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한편 미성년자, 건강 이상자들이 먼저 내린 뒤에도 '디초토'에 끝까지 방치됐던 난민 140여 명은 알바니아와 아일랜드, 이탈리아 가톨릭 교회가 수용 의사를 밝힘에 따라 배에서의 열흘 간의 체류를 마감하고, 26일 육지를 밟았다.
알바니아와 아일랜드는 이들 난민 각각 20명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머지 100여 명은 이탈리아 가톨릭 교회가 수용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와 관련, 아일랜드 방문 후 로마로 복귀하는 비행기에서 "분별력 있게 난민을 수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디초토호의 난민 약 100명을 로마 외곽에 있는 가톨릭 구호센터에 수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디초토호에 승선해 있던 난민 대부분은 내전에 고통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 에리트레아 난민으로 확인된 가운데 이들 틈에 섞여 있던 이집트인 3명, 방글라데시인 1명은 불법 난민 송출업자로 적발돼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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