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분노한 미국…'총기 규제하라' 목소리에 학생들 항의집회도
2월 플로리다 고교 참사 생존자들, 총기 제조사 앞에서 "총기 폭력 끝내자"
'총격 피해' 前의원 "의회는 광기 멈추게 할 방법 안다…용기가 부족할 뿐"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26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또다시 총기사고가 일어난 가운데 곳곳에서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플로리다주 고교 총기 참사 생존자와 총기규제 활동가들은 마침 이날 총기 제조사 앞에 모여 항의집회를 열었다.
플로리다주에서 또다시 총기 참사가 발생했다는 소식에 이들은 더욱 소리 높여 "무기 제조 금지"를 외쳤고, 정치권에서는 총기규제 입법 요구가 잇따랐다.
17명의 사망자를 냈던 지난 2월 플로리다주 파크랜드의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의 생존자들과 총기규제 활동가들은 4일간 50마일(약 80㎞)을 행진한 끝에 이날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유명 총기 제조업체 '스미스 앤드 웨슨'(Smith & Wesson) 본사에 도착, 집회를 열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당시 사건에 동원된 공격용 소총은 스미스 앤드 웨슨에서 만든 것이었다.
또 14명이 숨진 2015년 캘리포니아주 크리스마스 파티 총격, 12명의 사망자를 낸 2012년 콜로라도주 영화관 총기 난사 등 다수의 사건에 이 회사의 총기가 쓰였다.
100여 명의 시위대는 "총기 폭력을 끝내자", "총알 대신 책을"이라고 쓴 팻말을 들고 이를 구호로 외쳤다.
이들은 이 회사의 총기 제조를 규탄하고, 살상용 무기를 금지한 매사추세츠 주 법을 위반해 무기를 제조하고 있다며 이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총기 폭력 연구 기금으로 500만 달러를 기부하라는 요구도 했다.
특히 이날 플로리다주 잭슨빌의 복합 쇼핑몰에서 비디오게임 대회 중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위대는 더욱 힘을 실어 외쳤다.
파크랜드 총격 사건에서 살아남은 데이비드 호그는 "(플로리다와 달리) 매사추세츠는 상식적인 총기규제가 어떻게 효과를 발휘하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길 건너편에서는 "나는 스미스 앤드 웨슨을 사랑한다"고 외치며 총기소지 권리 옹호자들도 나와 시위를 벌였지만, 충돌은 없었다.
집회 참석자들을 만난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민주) 상원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번 시위에 참여한 학생 대부분이 1999년 컬럼바인 고교 총격 사건 이후 태어났다. 그들은 다른 세상에서 자라 지금은 총기 폭력을 끝내려고 힘을 합쳤다"고 썼다.
이어 "이게 변화가 일어나는 방식이다. 그들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총격의 피해자였던 개브리엘 기퍼즈 전 민주당 하원의원은 성명을 내고 총기규제에 소극적인 의회를 비판했다.
기퍼즈 전 의원은 2011년 지역구인 애리조나주에서 정치행사에서 괴한의 총격을 받아 머리에 중상을 입었다가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그는 성명을 내고 "끔찍한 폭력 행위를 일상처럼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며 "의회는 이 광기를 멈추게 할 방법을 알고 있다. 너무 많은 이들이 단순히 행동할 용기가 부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고가 난 잭슨빌의 시의회 의원인 레지 개프니는 지역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잭슨빌은 총기 문제, 신뢰의 문제를 안고 있다"며 총기규제에 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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