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금융권 채용 열쇳말 '열린, 객관, 외부참여'
개인정보 점수화 금지…채용절차 공개하고 객관식 평가 도입
서류전형 외부기관 위탁하고 면접에 외부위원 참여 의무화
(서울=연합뉴스) 금융팀 = 금융공기업과 시중은행은 하반기 채용을 진행하면서 어느 때보다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채비를 갖췄다.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이어진 채용 비리 여파 때문이다. 은행들은 6월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을 제정해 이번 하반기 채용부터 본격적으로 적용했다. 금융공기업은 '공공기관 채용 프로세스 관리 표준 매뉴얼'이란 정부 지침에 따라 채용절차의 공정성을 강화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은 최대한 많은 지원자에게 응시기회를 제공하고 평가자의 주관 개입을 최대한 줄이며 외부인의 참여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이를 위해 지원자의 성별, 연령, 출신학교, 출신지, 신체조건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이런 개인정보를 평가에서 점수화하지 않거나 면접관에 제공하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을 채택하게 했다.
또 지원자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필기시험을 도입하고 채용 전형 일부를 외부기관에 위탁하거나 면접 전형에 외부 위원을 일정 비율 이상 참여하게 했다.
취업준비생들에게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는 변화는 필기시험의 도입, 즉 '은행 고시'의 부활이다.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은 상반기 채용을 진행한 일부 은행부터 이미 반영됐다.
우리은행은 4월 공채 때 필기시험을 10년 만에 재도입했고, 신한은행도 5월 채용 때 필기시험 전형을 신설했다.
이들 은행은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 기반한 직업기초능력평가와 경제·금융 관련 상식 평가로 필기시험을 구성했다. 하반기에도 이와 비슷하게 필기시험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에 필기시험을 운영했던 KB국민은행은 올해부터는 NCS 기반 필기시험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과거에는 외부업체에 위탁해 경제·금융상식, 국어, 국사 과목을 평가했다.
필기시험 과목을 아직 확정 짓지 못했으나 전부 객관식으로 문항을 구성할 방침이다. 평가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논술을 폐지하기로 했다.
KEB하나은행은 인성, 적성, 상식 시험으로 필기전형을 꾸리기로 했다.
NH농협은행은 기존처럼 논술, 인·적성 평가, 직무능력평가로 필기전형을 진행하되 논술평가의 비중을 종전 50%에서 낮추기로 했다.
기업은행은 주관적 평가요인을 배제하기 위해 올해 필기시험에서 모든 문제를 객관식으로 내기로 했다.
금융공기업은 공공기관 채용 프로세스 관리 표준 매뉴얼에 따라 채용 일정과 인원, 절차별 평가 기준 등 채용의 전 과정을 완전히 공개하다시피 한다.
또 서류, 필기, 면접 등 전형별로 외부 평가위원의 참여를 확대하고 블라인드 채용을 강화하기로 했다.
공공기관에 준하는 금융감독원은 정부 지침을 쫓아 입사지원서에서 성별, 연령, 자격증 등을 기재하지 않도록 했다.
또 2차 임원 면접뿐 아니라 1차 실무진 면접에서도 외부 평가위원을 참여케 했고 면접 점수를 현장에서 전산화하기로 했다.
주택금융공사는 올해 서류 전형을 없애고 대신 필기시험을 1차와 2차로 두 번 나눠서 보기로 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는 입사지원서를 평가하지 않고 불성실하게 작성하지 않았다면 필기시험에 응시할 기회를 주는 '열린 채용'을 시행 중이다.
산업은행은 채용과정에 외부 전문가를 참여케 했고, 수출입은행은 아예 모든 채용과정을 외부업체가 주도적으로 진행하도록 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부터 블라인드 채용을 전면 도입함에 따라 지원자의 직무역량이나 가치관을 판단할 자료를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자기소개서 항목을 기존 2개에서 5개로 늘렸다.
기존에는 지원동기와 인생관이나 진로에 미치는 요인을 물었다면 올해부터는 이에 더해 지원자의 직무역량은 무엇이고 본인이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고 한국은행 업무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지금까지 보람된 일과 후회된 일은 무엇인지, 타인과 협업으로 공동의 문제를 해결한 사례가 무엇인지를 기술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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