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개혁개방 40년'…어촌서 첨단 IT 도시로 급성장한 선전

입력 2018-08-26 09:00
'중국 개혁개방 40년'…어촌서 첨단 IT 도시로 급성장한 선전

1호 경제특구로 지정된 뒤 '상전벽해'…GDP 1만 배 성장

4차혁명 이끄는 中 미래도시…텐센트·화웨이 등 IT기업 '둥지'



(선전=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 중국 경제발전의 청사진을 그린 덩샤오핑(鄧小平·1904∼1997)이 개혁개방을 선포한 지 올해로 40주년을 맞았다.

중국 개혁개방의 상징이자 '경제특구 1번지'인 선전(深천<土+川>)은 개혁개방 정책의 혜택을 오롯이 받으며,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1만 배 이상 성장시켰다.

작은 어촌 마을에서 이제는 중국 첨단 정보기술(IT) 도시로 발돋움한 선전은 텐센트(騰迅·텅쉰), 화웨이(華爲), BYD, 다장(大疆·DJI) 등 굵직한 중국 IT 기업들에 안식처를 제공하고 있다.

개혁개방 출발지에서 이제는 중국 미래의 청사진을 그리는 선전 곳곳을 돌며 지난 40년간의 중국 경제발전의 발자취를 더듬어 봤다.

◇ 작은 어촌에서 첨단 IT 도시로 '상전벽해'

중국에 개혁개방의 깃발이 막 올라섰던 1980년, 중국 남부 해안가의 가난한 어촌에 불과했던 선전은 '1호 경제특구'로 지정됐다.

선전이 중국의 첫 번째 경제특구로 지정된 것은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당시 중국 전체 GDP 규모의 15%를 넘어서는 홍콩과 인접한 지리적 이점이 가장 큰 이유였다.

당시 선전의 GDP 규모는 1억9천만 위안으로, 특산물은 바닷가에서 나는 굴이 전부였다.

중국 당국은 선전 서커우(蛇口)에 경제특구 건설의 첫 삽을 뜨고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세율 10% 인하와 토지사용권 거래 등을 허용했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지금, 선전은 중국 IT 산업을 선도하는 첨단도시로 발돋움했다.

선전의 인구는 3만 명에서 1천252만 명으로 400배 증가했다. GDP는 2조2천438억 위안으로 1만 배 이상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선전의 눈부신 성장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선전 해안가에서 지척 거리에 자리한 홍콩과 비교했을 때 과거와 달라진 경제적 위상이다.

개혁개방 초기 선전 농민의 대다수는 기근과 낙후한 경제환경으로 당국의 눈을 피해 도항(逃港)을 시도했다. 그러나 40년이 지난 지금 홍콩 시민들이 선전으로 몰려오는 '역조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준규 코트라(KOTRA) 선전무역관장은 "지난 20년 동안 홍콩이 경제위기 등 부침을 겪으며 경제성장률이 0∼2%에 머무는 동안 선전은 눈부신 성장을 했고, 이제는 선전 없이는 홍콩이 유지되기 어려울 정도에 이르렀다"며 "지난해 기준 선전의 GDP는 홍콩의 97%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정 관장은 이어 "지금은 홍콩의 대학과 연구기관이 선전의 IT 산업 기반을 활용하기 위해 선전으로 연구기관을 옮겨 오기도 하고, 홍콩의 살인적인 부동산 가격에 밀려 선전으로 이주하는 인구도 급속히 늘고 있다"면서 "선전 남구의 경우 개인 소득이 연 5만 달러에 육박한다"고 덧붙였다.

◇ '덩샤오핑의 도시' 선전의 각별한 덩샤오핑 사랑



'당의 기본노선(개혁개방)을 100년간 흔들림 없이 견지하자.'

선전의 마천루가 촘촘히 자리한 선난중루(深南中路) 인근 덩샤오핑 유화광장에는 빌딩 숲을 배경으로 덩샤오핑의 초상화와 그가 남긴 글귀가 적힌 유화가 자리하고 있다.

이 글귀는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건 이후 개혁개방 정책이 위기를 맞자 덩샤오핑이 1992년 1월 20일 경제특구인 선전을 찾아 발표했던 '남순강화'(南巡講話)의 가장 유명한 대목이다.

선전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심심찮게 덩샤오핑의 어록과 개혁개방 사상을 선전하는 플래카드를 만날 수 있을 정도로 선전을 각별히 아꼈던 덩샤오핑은 사후에도 선전에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

덩샤오핑의 동상이 세워진 푸톈(福田) 구 롄화산(蓮花山) 공원 정상에 오르면, 마치 선전의 경제발전 성과를 덩샤오핑 목전에 펼쳐 놓기라도 하듯 선전의 마천루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덩샤오핑의 동상 앞에는 아직도 그의 공을 기리는 중국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관광객들이 두고 간 꽃다발들이 빼곡하다.

기자가 지난 24일 동상을 찾았을 때 현지 물정에 어두운 한 중국인 관광객이 윗옷을 벗은 채 동상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려 하자 동상 옆을 지키는 보안요원이 "예를 갖추라"며 제지할 정도로 덩샤오핑에 대한 선전 시민들의 애정은 각별하다.

개혁개방 40주년을 맞아 새로 단장한 중국 개혁개방 서커우 박물관에도 덩샤오핑을 아끼는 선전인의 마음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 박물관은 해상세계예술중심 3층에 자리하고 있는데 '해상세계'(海上世界)는 덩샤오핑이 선전을 경제특구로 지정하고 첫 시찰을 나와 직접 선전의 청사진을 그리며 썼던 글귀이기도 하다.

덩샤오핑 전문 전시관에는 당시 직접 붓을 들고 해상세계를 쓰는 덩샤오핑의 사진을 감상할 수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2기에 들어서며 1인 체제가 강화하면서 개혁개방 박물관에는 시 주석과 개혁개방 초기 광둥(廣東) 성 당서기였던 시 주석의 아버지 시중쉰의 전시물이 메인 전시관을 차지했지만, 관광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곳은 여전히 덩샤오핑 전시관이다.



◇ 중국의 미래 그리는 미래도시 선전

중국의 개혁개방 초창기 선전이 '1호 경제특구'로서 홍콩과의 무역을 중심으로 첨병 역할을 했다면, 지금은 중국의 IT 산업을 이끌며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있다.



선전에는 마윈(馬雲)의 알리바바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텐센트 본사가 자리하고 있다.

텐센트는 중국의 카카오톡으로 불리는 위챗(微信)을 비롯해 메신저 큐큐(QQ), 텐센트 게임, 포털 서비스인 텅쉰망(騰迅網)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용자 수가 10억을 넘어서는 공룡 기업이다.

지난 23일 방문한 텐센트 신사옥에서는 텐센트가 어떤 기업이고,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지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선전 중심에서 서쪽으로 약 20㎞ 떨어진 곳에 자리한 텐센트 신사옥은 올해 초 본격적인 운용에 들어갔다.

신사옥에 들어서면 인공지능 안내 로봇인 '샤오(小)T'가 방문객을 맞는다. 샤오T는 출입구와 화장실 등 기본 시설 안내를 비롯해 신사옥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직원 평균 연령이 31세인 기업답게 손님맞이부터 톡톡 튀는 감성이 묻어난다. 평균 연령은 낮지만, 직원 평균 연봉은 70만 위안(1억3천만 원)으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신사옥에는 직원들의 복리를 위해 농구와 배드민턴, 탁구, 당구, 암벽등반, 수영 등을 즐길 수 있는 각종 스포츠 시설이 갖춰져 있다. 아이디어를 중시하는 IT 기업답게 직원들이 업무시간에도 자유롭게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선진 시스템을 도입했다.



선전에는 텐센트 외에도 중국 최대 통신 장비 업체인 화웨이를 비롯해 전기차 제조기업인 BYD, 세계 최대 드론 제조기업인 다장(DJI)까지 중국 산업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기업들이 자리하고 있다.

기업들뿐만 아니라 도시 생활에서도 선전은 중국 미래 사회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선전 시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파란색 택시는 모두 BYD의 전기차를 이용한 택시다.

선전시는 올해 말까지 전체 택시를 전기차로 바꿀 계획을 세워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시내 곳곳에 전기 충전소를 신설하고, 전기차로 전환하면 각종 지원을 제공한다.

중국 유명 IT 자문회사인 아이리서치의 연구책임자 진나이리(金乃麗) 원장은 "선전에는 텐센트를 비롯해 중국 IT 산업을 이끄는 기업들이 자리하고 있다"면서 "선전은 개혁개방을 이끌던 경험과 국가 차원의 정책 지원, 젊은 인재 유입 등 혁신의 토양을 바탕으로 중국 미래의 청사진을 그리고 실험하는 실험장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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