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로 이야기하는 사람 윤종신, 첫 산문집 출간
"작사가는 감정, 순간을 대신 표현해 주는 사람"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1990년 데뷔한 싱어송라이터 윤종신(49)은 29년째 일기를 쓰듯 노랫말을 만들었다. 2010년부터는 '월간 윤종신'이란 브랜드로 매월 싱글을 내는 성실함을 보였고 이달 8년 만에 100호 곡을 발표하는 성과를 냈다. 그의 가사에는 사랑과 이별의 감정, 나이와 함께 익어간 고민, 창작자로서의 가치관 등이 함축적으로 녹여졌고, 못다 한 이야기가 쌓였다.
그는 "가사를 쓸 때마다 항상 못다 한 이야기가 남곤 했다"며 그 뒷이야기를 모아 첫 번째 산문집 '계절은 너에게 배웠어'를 내놓았다. 저자 소개란에 그는 가수 겸 프로듀서·방송인이 아닌, "노래로 이야기하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4부로 구성된 책에는 윤종신이 작사한 400여 곡 중 40곡 가사를 토대로 풀어낸 이야기가 담겼다. 일종의 작사 노트로 특정 단어, 장면, 계절감에서 시작해 상황이 설정되고 감정선이 풍성해지는 과정은 후배 창작자들에게 흡수될 만하다.
그는 자기 손을 떠나 대중의 몫이 되는 노랫말이 공감이란 보편성을 지닐 수 있도록, 작사가는 대신 표현해 주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한마디로 말해버리면 그만인 감정을 최선을 다해 복원하고 기록하고 묘사하는 거죠. 누군가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을 순간을, 누군가는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을 감정을, 누군가는 그런가 보다 하고 금세 잊어버렸을 느낌을 대신 발견하고 간직하고 재현하는 거예요."
대표적인 이별가인 김연우의 '이별택시'는 그가 2003년 정서적으로 가장 힘든 시절 쓴 가사다. 이별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묘사한 곡으로,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사물을 통해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선호하는 그의 작법과 잘 맞는 노랫말이다.
또 지난 4월 우리 예술단의 평양 공연에서 정인이 부른 '오르막길'은 그의 인생에서 위로가 된 말을 떠올리다가 썼다. 그는 고3 때 담임선생이 "1년 동안 죽었다고 생각해라"란 말이 떠올랐다. 반 협박 조였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졌던 기억이 난다"면서 이 말이 격려로 다가왔다고 한다. '이제부터 웃음기 사라질 거야/ 가파른 이 길을 좀 봐/ 그래 오르기 전에/ 미소를 기억해두자'('오르막길' 중)
그는 좋은 가사란 듣는 사람이 그림을 그려나갈 수 있도록 구체적이되, 각자 다른 그림을 상상할 수 있도록 적당히 여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가 쓴 가사 중 성시경의 '거리에서'가 그런 곡으로, 공간에 얽힌 감정과 사람 등이 연상되도록 작사가는 '상상 휴게실'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설명한다.
반면 지난해 그의 빅히트곡 '좋니'는 감정이 직접적으로 표현돼 공감을 얻은 노래다. 이 곡에는 떠나간 연인이 행복하길 바라면서도 아팠으면 좋겠다는 쿨하지 못한 감정이 담겼다. '좋으니 그 사람/ 솔직히 견디기 버거워/ 니가 조금 더 힘들면 좋겠어/ 진짜 조금 내 십 분의 일만이라도/ 아프다 행복해줘'('좋니' 중)
그는 에필로그에서 이 책은 '윤종신이 이런 사람이구나'란 결론이 아니라 이런 음악을 만들 때 이런 생각을 해왔다는 '중간보고'라면서 앞으로의 변화를 지켜봐 달라고 당부한다.
문학동네. 268쪽. 1만3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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