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계획했나' 엽총난사 범인 메모지에 이웃·공무원 원망 글

입력 2018-08-24 14:19
'범행 계획했나' 엽총난사 범인 메모지에 이웃·공무원 원망 글

민원 해결되지 않는다며 불만…경찰 범행 계획 시기, 대상 특정 여부 조사

총기관리 대책도 강화…봉화군 "트라우마 호소 직원 원하면 근무지 교체"



(봉화=연합뉴스) 김효중 최수호 기자 = 엽총으로 공무원 등 3명을 살상한 경북 봉화 70대 귀농인이 평소 이웃 주민과 경찰, 공무원 등에 앙심을 품고 있었던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구속된 피의자 김모(77)씨가 범행을 계획한 시기와 대상 등을 특정했는지 등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24일 봉화경찰서에 따르면 최근 김씨 집을 압수수색해 현장에서 탄환 60발과 메모지 등을 확보했다.

메모지에는 '이웃 주민이 개를 10마리 풀어 놔 경찰에 신고했는데 해결해주지 않는다', '상수도 갈등 민원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는다'는 등 이번 사건 1차 피해자 임모(48)씨와 경찰, 공무원 등을 원망하는 글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경찰은 사건 발생 당일에도 김씨가 탔던 승용차에서 사용하지 않은 엽총 탄환 60발을 회수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가 엽총을 쏜 3명 외에도 다른 주민도 범행 대상으로 노린 정황도 드러났다.

김씨는 지난 21일 오전 7시 50분께 소천파출소에서 엽총을 출고해 곧바로 차를 몰고 상수도 사용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던 임기2리 임씨 집으로 향했다.

임씨를 기다리던 그는 오전 8시 15분께 마을 이장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만날 수 있느냐"고 물었고 이장이 "치료를 받으러 병원에 가야 한다"고 해 만나지 못했다. 당시 이장이 김씨를 만나러 갔다면 또 다른 희생자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이후 김씨는 오전 9시 13분께 귀가하는 임씨를 발견해 엽총 3발을 쏜 뒤 현동리에 있는 소천파출소로 갔다.

그러나 파출소 직원들이 총을 맞은 임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비어있자 오전 9시 31분께 인근에 있는 소천면사무소에 들어가 엽총 4발을 쐈다. 이 때문에 김씨와 일면식도 없는 면사무소 직원 2명이 가슴 등을 맞아 숨졌다.

범행 후 김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계획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민원인과 면사무소 직원에게 제압당해 경찰에 넘겨졌다.





경찰은 이와함께 2014년 귀농한 김씨가 4년이 지난 뒤 처음 엽총 소지 및 유해조수 포획허가를 받았고 자신의 집 마당에서 사격연습을 했던 것도 범행을 염두에 둔 행동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확보한 증거와 피의자 진술을 종합해 범행 계획 시기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을 두고 총기관리 소홀 지적이 나오자 경찰은 후속 대응에 나섰다.

피의자의 경우 지난 7월 25일 소천파출소에 자신이 구매한 엽총을 보관한 뒤 범행 당일까지 13차례 총기를 출고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달 30일 1차 피해자 임씨가 "피의자가 총기로 나를 위협한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고 신고해 경찰은 김씨의 총기를 회수했지만 내부 검토 후 지난 8일 엽총 출고를 다시 허용했다.

그러나 김씨는 다음 날인 9일 오전 봉화경찰서에서 총기를 찾은 뒤 관할 파출소에 곧바로 신고해야 한다는 규정도 어기고 10여 시간 동안 엽총을 소지하고 다니다 뒤늦게 입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사용 허가를 받은 경북 내 유해조수 구제용 총기 1천186정(엽총 798정·공기총 388정) 소지자 전체를 상대로 허가 적정성 여부를 조사한다"며 "총기 소지자와 관련한 112신고와 고소·고발·진정이 있는지도 확인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봉화군은 사건 발생 현장인 소천면사무소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다고 판단해 본인이 원할 경우 근무지를 교체하고 심리치료 등도 지원할 방침이다.



kimhj@yna.co.kr, su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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