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앞둔 상사에 '황금 열쇠' 선물…청탁금지법 위반 아니다

입력 2018-08-26 08:33
퇴직 앞둔 상사에 '황금 열쇠' 선물…청탁금지법 위반 아니다

태백시 공무원 20명 1인당 5만원씩 갹출…자율적 모금으로 보여

유리한 근무평정 기대하고 퇴직기념품 전달한 것으로 보이지 않아



(춘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정년퇴직을 앞둔 상사를 위해 공무원 20명이 1인당 5만원씩을 갹출해 마련한 98만원 상당의 황금 열쇠를 퇴직기념품으로 선물한 것은 청탁금지법 위반이 아니라는 취지의 법원 판결이 나왔다.

춘천지법 행정 1부(성지호 부장판사)는 태백시청 공무원 A씨가 강원도지사를 상대로 낸 '청탁금지법 위반 신고 통보 취소'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26일 밝혔다.

이 소송의 발단은 A씨 등 태백시 공무원 20명이 2016년 12월 19일 정년을 앞둔 B씨의 송별 회식에서 B씨에게 퇴직기념품으로 황금 열쇠를 선물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A씨 등은 1인당 5만원씩을 갹출해 마련한 100만원으로, 98만원 상당의 황금 열쇠와 2만원 상당의 꽃다발을 전달했다.

2016년 9월 28일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 직후 벌어진 이 일은 곧바로 국민권익위에 신고됐다.

국민권익위는 A씨 등이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는 자체 판단을 내리고 이듬해인 지난해 3월 강원도에 이를 통보했다.

국민권익위의 통보는 청탁금지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이는 A씨 등에게 징계 등 필요한 사항을 이행 후 결과를 제출해 달라는 취지였다.

강원도는 이 같은 내용을 다시 태백시에 통보했다.

그러자 A씨는 "과태료 부과 처분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강원도가 태백시에 청탁금지법 위반 신고를 통보한 것은 부당하다"며 강원도지사를 상대로 '청탁금지법 위반 신고 통보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승진 등에 불이익을 우려한 A씨는 법원의 판단에 앞선 강원도의 기관 통보 절차를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그사이 A씨 등의 청탁금지법 위반 관련 과태료 사건을 맡은 춘천지법 영월지원은 지난 6월 1일 A씨 등에게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결정문에는 "공무원 20명이 5만원씩 갹출해 마련한 퇴직기념품을 주고받은 것이 청탁금지법의 목적을 훼손하는 정도에 이르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자 A씨의 행정소송을 진행한 춘천지법 행정 1부도 최근 "A씨 등이 1인당 5만원씩을 갹출해 마련한 돈으로 퇴직기념품을 구입한 것으로 볼 때 5만원 상당의 선물을 제공한 것으로 판단할 여지가 있다"며 "이 사건 퇴직기념품의 가액이 사회 상규에 반할 정도로 과다하거나 청탁금지법 목적을 저해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수도 없다"며 같은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이어 "돈을 공개적으로 갹출하고 퇴직기념품도 공개적으로 전달한 점이 인정된다"며 "상사인 B씨가 정년퇴직을 앞두고 공로연수가 확정된 상황에서 유리한 근무평정을 기대하고 퇴직기념품을 전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국민권익위 스스로 작성한 자료에 따르더라도 동료 직원이 갹출해 100만원 이하의 선물을 퇴직하는 동료에게 제공하는 것은 직무 관련이 없어 허용하는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강원도의 징계 요구 처분으로 승진 임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불이익을 보게 되는 등을 고려하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다"며 "A씨에 대한 강원도의 처분도 잘못된 만큼 이를 취소한다"고 판시했다.



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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