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해에다 가뭄, 태풍까지"…순천 배 낙과 피해 농민 '망연자실'
낙안면 배 재배농가 50% 낙과 피해, "추석 대목 물건너가"한숨
(순천=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봄에는 냉해로 싹도 안 트더니만, 여름에는 가물고 이젠 바람에 다 떨어졌네요"
24일 오전 전남 순천시 낙안면 신기리의 한 배 과수원에서 만난 황인철(63)씨는 한숨부터 내 쉬었다.
전날 제19호 태풍 '솔릭'이 몰고 온 강풍 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한 황씨는 이날 새벽 4시에 과수원에 나왔다.
5천㎡에 이르는 배 과수원에는 눈이 온 것처럼 떨어진 배로 가득했다.
흰 종이에 쌓인 배는 물을 먹어 썩기 시작했고, 껍질에 난 상처에는 벌써 벌레가 들었다.
수령이 20∼30년인 배나무 180그루에 붙어 있는 배도 성한 것이 없었다.
봄에는 냉해에 시달려 싹도 제대로 못 틔운 데다 여름에도 가물어 배알이 꽉 차지도 않았는데 태풍까지 불어 농민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황씨는 새벽부터 과수원과 논을 돌며 피해 상황을 살폈지만, 복구에는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자식처럼 키운 배가 바닥에 떨어져 뒹구는 모습을 차마 오래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황씨는 "30년째 배 농사를 짓고 있는데 5년 전 태풍 때 낙과 피해를 보고 이번이 두 번째"라며 "6월 24일 이후 큰 비가 오지 않아 밤낮으로 물을 줘가며 키웠는데 모두 허사가 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70% 이상 떨어져 그나마 붙어 있는 배도 상품성이 없어 대부분 즙을 내기 위한 가공공장에 보내야 할 것 같다"며 "원래 9월 5일쯤 수확해 추석 대목이라도 보려고 했는데 다 소용없게 됐다"고 말했다.
강풍에 떨어진 낙과도 큰일이지만, 기대했던 만큼 비가 오지 않아 걱정이 더 크다.
황씨는 "비가 더 와야 하는데 바람만 불고 가서 이제부터가 걱정"이라며 "떨어진 배를 어서 치워야 하는데 일손이 부족해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낙안면의 배 재배 농가는 186가구로 규모도 177ha에 달한다.
낙안면 배영농조합은 강풍으로 50% 가량 낙과 피해를 봤을 것으로 보고 농가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하기로 했다.
피해현장을 찾은 허석 순천시장은 피해 복구 지원을 약속했다.
허 시장은 "배 재해보험 처리 기간을 최대한 단축할 수 있도록 보험사에 요청하고 복구를 위한 인력 등 행정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대부분 재해보험에 가입했지만 별개로 지원을 할 수 있는지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자식처럼 키웠는데"…태풍 '솔릭' 순천 배 낙과 피해 농민 '망연자실'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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