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변호사 이어 친구도 검찰에 협조…'배신의 계절'
트럼프 성추문 '입막음'에 뛰었던 페커CEO, 검찰에 진술하고 처벌면제
(서울=연합뉴스) 김화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절친'인 데이비드 페커(65)가 트럼프 대통령의 성추문을 차단하려는 '입막음용 돈' 의혹에 대한 정보를 미국 검찰에 제공했다.
그 대신 페커는 검찰로부터 처벌을 면제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이 이 의혹에 대한 자신의 유죄를 인정하고 감형을 받았던 것처럼, 페커도 검찰에 협조한 것이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2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한때 신뢰했던 이들의 충성심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페커는 '내셔널 인콰이어러' 등 여러 잡지를 소유한 언론기업 '아메리칸미디어(AMI)'의 최고경영자(CEO)다.
패커 CEO는 코언 변호사와 함께 2016년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과거 성추문이 불거져나오는 것을 막는 역할을 했다.
2006년부터 10개월간 트럼프 대통령과 성관계를 갖는 등 연인 사이로 지냈다고 주장하는 성인잡지 '플레이보이'의 모델 출신 캐런 맥두걸에게는 AMI가 15만 달러를 주고 이 이야기에 대한 독점보도권을 사들이는 방식을 택했다.
코언 변호사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AMI는 이후 기사를 쓰지 않았고, '발설'을 막으려는 의도로 의심받았다.
페커 CEO는 트럼프 대통령과 포르노 배우 출신 스테파니 클리포드(예명 스토미 대니얼스)의 성추문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클리포드가 트럼프와의 관계를 주위에 말하고 다닌다고 코언에게 귀띔한 게 페커 CEO와 그를 도왔던 딜런 하워드 AMI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알려졌다.
코언 변호사는 이후 클리포드에게 13만 달러를 건네며 입막음에 나섰다.
페커는 트럼프의 여자관계가 악재가 되지 않도록 대선전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뛰었던 것으로 보인다.
WSJ은 그가 코언에게 '부정적 이야기를 찾아내 거래를 주선하되 기사화는 안하는' 기법을 제안한 게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출마 선언 직후인 2015년 8월이었다고 검찰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페커는 1990년대 후반부터 트럼프 대통령을 알고 지냈다.
'아셰트 필리파치 매거진'을 이끌 때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파티에 초대받아 오는 손님들에게 배부되는 계간지 '트럼프 스타일'을 발행한 적도 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플로리다 주 저택인 마러라고의 '단골 손님'이다.
코언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이유는 대선 후 중용되지 못한 점,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검찰수사에 방어막이 돼주지 않은 점 등 감정적 내상과 앙금이 작용했다는 보도도 나온 바 있다.
페커 CEO는 검찰 관계자들을 만나 클리포드와 맥두걸의 '입막음 계약'에 관한 소상한 정보를 제공했다고 WSJ은 전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베일 속이다.
검찰이 페커 CEO에 대한 처벌면제와 더불어 AMI의 선거자금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볼 것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AMI는 경영난을 겪고 있다.
'충복' 코언의 배신에 격노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검찰 쪽으로 돌아선 페커 CEO에 대해 아직 반응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코언이 자신을 정치적 궁지로 몰아넣는 진술과 더불어 유죄를 인정하자 트윗을 통해 "누군가 좋은 변호사를 찾고 있다면 나는 당신이 마이클 코언의 서비스를 유지하지 않길 강력히 제안하고 싶다!"라고 '독설'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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