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웨스트나일열 사망 급증…"기후변화로 열대질환 위협↑"(종합)

입력 2018-08-24 17:13
유럽 웨스트나일열 사망 급증…"기후변화로 열대질환 위협↑"(종합)

루마니아 등서 22명 사망·400건 확진…고온다습 날씨, 매개 모기 번식에 최적

치쿤구니야·지카·뎅기열 위험도 커져…英, 5년 만에 메르스 발생



(서울·이스탄불=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하채림 특파원 = 기후변화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유럽에서 열대성 질환의 위협이 증가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23일(현지시간) 전했다.

올해 여름의 경우 지난 4년과 비교해 기온이 크게 오르면서 유럽에서 웨스트나일 바이러스 감염이 급증했다.

유럽연합(EU) 질병예방통제센터(ECDC)에 따르면 8월 중순까지 유럽에서 보고된 웨스트나일열 감염 사례는 400건이고, 이에 따른 사망자 수는 22명이다.

발병국은 이탈리아, 그리스, 헝가리, 세르비아, 루마니아로, 모두 과거 열대성 질환 감염 사례가 있었던 곳이다.

특히 루마니아에서는 올 들어 23일 현재 56명이 감염 판정을 받았고, 그 가운데 6명이 목숨을 잃었다.

1937년 우간다에서 처음 확인된 웨스트나일열은 독감과 비슷한 증세를 보이지만 심하면 고열과 온몸의 떨림, 혼수상태를 동반하고 뇌수막염까지 유발할 수 있다.

웨스트나일열은 일상에서 사람 사이에 직접 전파되지는 않으며, 모기에 물려 감염된다.

세계보건기구(WHO) 유럽 지역 사무소는 웨스트나일 바이러스 감염의 이 같은 급증은 높은 기온에 습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모기가 번식하기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환경이 조성돼 전염 시기가 일찍 시작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유럽에서 치쿤구니야, 지카 바이러스와 뎅기열 전염 위험도 커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ECDC에서 과학적 평가를 담당하는 얀 세멘자 교수는 "웨스트나일열 사례가 이렇게 일찍 이렇게 많이 나타난 것은 본 적이 없다"면서 "이는 극적인 증가"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공중보건 면에서 혈액안전에 더욱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웨스트나일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그 사실을 모른 채 헌혈을 하면 바이러스로 오염된 혈액제재가 공급돼 다수를 감염시킬 수 있고, 감염자를 문 모기가 다른 사람에게 병원체를 옮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가 60명 가까이 발생한 루마니아는 수혈 감염 우려를 차단하고자 혈액센터에서 검사를 강화키로 했다.

한편 영국에서는 5년만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가 발생했다는 발표가 나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영국 공중보건국(PHE)은 북잉글랜드에서 한 사람이 메르스 진단을 받고 리버풀에 있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환자는 중동 주민으로, PHE는 그가 영국에 오기 전에 감염된 것으로 보고 있다. PHE는 이는 2012년 2013년에 이어 영국에서 진단된 5번째 메르스 감염 사례라고 밝혔다.

메르스는 낙타를 매개로 감염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지역에서는 낙타 접촉 및 병원 감염에 의한 환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제니 해리스 PHE 의료부국장은 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이들을 추적 관찰할 것이라면서 하나의 사례가 확인됐지만, 일반 대중에게 전염될 전반적인 위험성은 매우 낮다고 강조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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