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심장은 마지막 순간에·그의 옛 연인
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우리 괴물을 말해요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 심장은 마지막 순간에 = 캐나다의 문학 거장 마거릿 애트우드 장편소설.
경제 몰락으로 혼돈에 빠진 근미래를 배경으로 '종말론적 디스토피아 속에서 분투하는 인간의 자유와 욕망'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작가 특유의 신랄한 냉소와 경쾌함으로 그려냈다.
근미래의 미국, 젊은 부부 스탠과 샤메인은 일자리를 잃고 집도 없이 자동차에서 불안정하고 위험한 삶을 살아간다. 이들은 어느 날 안전하고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다는 '포지트론 프로젝트' 광고를 본 후 이에 지원하기 위해 컨실리언스 마을로 향한다. 이 프로젝트는 시스템 자체가 완전히 무너져버린 사회에서 감옥을 더 짓는 것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므로 감옥의 개념을 확장해 주민들이 한 달은 컨실리언스 마을에서 감시인으로, 또 한 달은 포지트론 교도소에서 죄수로 생활하는 것. 주민들은 살 집과 안락한 생활을 보장받지만, 모든 행동과 자유가 철저히 통제된다.
이상적인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시작된 프로젝트는 결국 이윤을 내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하고 섹스 로봇, 장기 밀매, 기억 조작 등의 사업마저 이뤄진다. 프로젝트의 거대한 음모에 빠져 부부의 삶은 파국을 맞는다.
김희용 옮김. 위즈덤하우스. 596쪽. 1만6천원.
▲ 그의 옛 연인 = '비 온 뒤', '여름의 끝', '루시 골트 이야기' 등이 소개돼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아진 아일랜드 작가 윌리엄 트레버(1928∼2016) 단편집.
오헨리상을 수상한 '재봉사의 아이'(2006), '방'(2007), '감응성 광기'(2008)를 포함해 12편이 수록됐다.
트레버는 삶과 인간에 대한 통찰력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조용히 뒤흔드는 사건과, 선한 본성으로 인해 다른 이들과는 다른 무게의 죄책감을 느끼는 주인공들을 우아하고 섬세하게 그려낸다.
'감응성 광기'에서 주인공인 40대 남자는 파리의 작은 식당에서 옛 친구와 조우한다. 두 사람은 유년 시절 둘도 없는 친구였지만, 함께 저지른 철없는 장난으로 관계가 무너졌다. 그 사건 이후 남자는 적당히 합리화하며 안전하게 자신을 보호했지만, 친구는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방황하며 모든 것을 버리고 사라졌다. 30여 년이 지나 친구와 마주한 남자는 지워버리려 한 옛 비밀을 다시 떠올린다.
민은영 옮김. 한겨레출판사. 312쪽. 1만4천원.
▲ 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 = 여러 인문·과학 도서를 번역한 노승영 씨와 장르 소설을 주로 번역하는 박산호 씨가 함께 쓴 책.
노승영 씨는 이 책을 쓴 이유를 "번역을 하다 보면 언어에 대해, 문화에 대해, 균형에 대해, 아름다움에 대해 깊이 고민할 수밖에 없다. 독자들이 접하는 것은 고민의 결과, 즉 종이 위의 텍스트뿐이지만 그 뒤에 고민하고 실천하고 무엇보다 '살아가는' 번역가가 있음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번역가의 일상에서부터 번역 테크닉, 번역가 되는 법, 번역료 문제, 선배 번역가로서 추천하는 영어 공부법과 미래의 번역가들을 위한 참고 도서 목록까지 친절하게 안내한다. 저자들이 번역 일을 하며 집적 겪은 생생한 에피소드들도 흥미롭다.
세종서적. 332쪽. 1만4천원.
▲ 우리 괴물을 말해요 =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사창작과를 졸업하고 각각 소설가와 애니메이션 기획자로 활동하는 이유리, 정예은 씨가 쓴 인문교양서.
장르 소설, 영화, 만화, TV 드라마 등 우리한테 친숙한 대중문화 속 괴물이라는 소재를 흥미롭게 풀어냈다. 신화 속 괴물부터 근대 이후의 괴물, 그리고 괴물보다 더 괴물 같은 인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괴물 이야기를 소개한다. 신화와 인문학적 프리즘을 통해 독자들이 한층 다양하고 복합적인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쌓을 수 있도록 돕는다.
'기생수', '토미에' 같은 만화를 통해 대중문화가 소비하는 괴물 유형을 살펴보고 '드라큘라', '블러드차일드' 등에서 괴물이 상징하는 의미를 분석하며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제철소. 292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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