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 등 곳곳 지뢰밭…현대중 노사관계 '악화일로'
올 임단협 교섭 한달 넘게 불발…27∼29일 부분파업 예고
(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희망퇴직 단행에 올해 임금·단체협약 교섭 파행까지 현대중공업 노사관계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조선 경기 침체 장기화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노사가 팽팽한 기싸움을 벌어지면서 돌파구가 쉽게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26일 현대중공업 노사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열린 21차 교섭을 끝으로 한 달이 넘게 올해 임단협 교섭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당시 교섭은 노사 간 감정싸움으로 파행을 겪었다.
노사가 유휴인력 문제 등을 논의하던 중 노조 대표가 다소 격한 표현을 쓴 것이 발단이 됐다.
사측 대표는 즉각 퇴장했고, 이후 교섭은 열리지 않고 있다.
사측은 최근 "노조의 재발 방지 약속과 해당 교섭위원 교체가 없으면 교섭에 응하지 않겠다"라고 밝힌 상황이다.
이에 대해 노조는 "회사가 교섭 파행이 노조 교섭위원의 발언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라며 "교섭위원을 교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사가 발언 문제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감정싸움을 벌이면서 올해 교섭 자체가 불투명하다.
노사는 이미 2016년 임단협 교섭을 그해에 마무리하지 못해 교섭 3년째인 올해 2월에 와서야 2년 치 임단협을 간신히 타결한 사례가 있다.
수주 절벽으로 사실상 가동 중단에 들어간 해양공장 유휴인력 해결 방안에 대한 시각차는 악화한 노사관계에 기름을 붓고 있다.
회사는 지난 23일 '수주 절벽'으로 가동 중단이 현실화한 해양사업부(해양공장) 인력 2천600명가량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당초 회사는 무급휴직 방침을 제시했으나, 희망퇴직으로 수위를 높인 것이다.
또 해양 인력 1천200여명을 대상으로 수당을 제외한 임금을 9개월간 지급하지 않는 '기준 미달 휴업수당 지급 승인 신청'을 울산지방노동위원회에 냈다.
무급휴직은 근로자 동의가 필요하지만, 기준 미달 휴업수당 신청은 지노위의 승인만 있으면 된다.
노조는 이에 반발해 27∼29일 파업을 결정했다.
노조 파업은 지난달 19∼24일에 이어 올해 두 번째다.
노조는 또 기준 미달 휴업수당 지급 승인 신청 지급 반대 서명을 벌이기로 했다.
회사는 파업 손실배상 청구를 시작으로 불법 행위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밝힌 상태다.
노사가 '강대강'으로 대립하면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노동계 관계자는 "고용안정과 임금 등에 관해 대안이 무엇인지 노사가 어쨌든 만나서 대화해야 하는데 불신이 오래 쌓이다 보니 쉽지 않은 상황이다"라며 "교섭이 다시 열려도 양측의 큰 양보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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