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 입막음돈 성격'이 트럼프 운명 가를 듯
현직 대통령에 대한 기소보다 탄핵 선택할 듯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개인변호사이자 해결사 역할을 해온 핵심 측근 마이클 코언 변호사가 이번 주 미 사법당국과의 플리바겐을 통해 폭탄 발언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취임 후 최악의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소나 탄핵 등 법적인 측면 외에 11월 중간선거 등 정치적 책임에 직면하고 있다.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곧바로 탄핵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코언 폭로의 핵심은 자신이 2016년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트럼프와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하는 2명의 여성에게 입막음용 돈을 지불했으며 이것이 트럼프의 지시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통해 2개 선거자금법을 위반했다는 코언의 주장에는 트럼프 측으로서 논쟁의 여지가 있다. 선거자금법 위반 여부에 대한 법적 다툼과 해석이 트럼프 대통령의 '운명'을 가름할 것으로 보인다고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4일 전망했다.
미국의 경우 선거자금법 위반에 대한 처벌 수위가 매우 높고 검찰은 이 과정에서 당사자가 의도적으로, 인지하에 법을 위반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코언이 입막음을 위해 돈을 지불한 2명의 여성, 스테파니 클리포드(13만 달러)와 캐런 맥두걸(15만 달러) 가운데 맥두걸에 지불한 15만 달러는 내셔널 인콰이어러지 발행기업인 아메리칸 미디어로부터 나온 것이다.
아메리칸 미디어의 최고경영자(CEO) 데이비드 페커는 트럼프의 오랜 친구이자 열렬한 지지자이다. 그러나 기업의 선거자금 기부는 불법이다.
클리포드에 대한 13만 달러(약1억5천만원)는 코언 자신이 지불했다고 밝혔다. 개인 선거자금 기부 한도는 2천700달러이다.
코네티컷대 더글라스 스펜서 법학교수는 "플리바겐에서 드러난 최대 폭로는 코언이 (트럼프 부인) 멜라니아로부터 감추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이들 여성에게 돈을 지불했다고 시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코언의 시인이 트럼프의 의중이 무엇이었는지를 밝혀주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목적이 아니라 부인으로부터 외도를 감추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할 경우 처벌이 어려워질 수 있다.
한때 민주당의 유력 대선 주자였던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은 2011년 유권자와의 외도를 감추기 위해 입막음 돈을 지불한 이유로 기소됐으나 자신이 부인과 가족으로부터 이를 감추기 위한 것이었다고 둘러댐으로써 배심원단으로부터 유죄를 모면했다.
오래된 외도를 입막음하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것을 선거자금 지불과 연관시키기 어렵고 그 동기 역시 매우 주관적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개인 변호사인 코언에게 모든 법적인 지불을 일임했다고 주장하리라는 것이다.
코언을 기소한 뉴욕 검찰은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입막음돈 지불이 불법임을 알면서도 이를 지시했음을 시사하는 증거를 내놓을 필요가 있다.
검찰은 이미 코언의 사무실과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 및 여러 경로를 통해 그에 대한 기소 사실을 입증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CNN에 의해 공개된 음성녹음은 트럼프가 맥두걸에 대한 돈 지불을 사전에 알고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는 민사소송을 통해 트럼프 측에 사전 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불법 선거자금 수수와 이의 미공개를 이유로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형사처벌이 가능한지도 문제다.
현직 대통령의 경우 헌법은 명시적으로 기소를 배제하지는 않고 있으나 일부 학자들은 대통령에 책임을 묻는 것은 (기소가 아니라) 탄핵이 적절한 코스라고 주장하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 1973년과 2000년 법률고문실의 견해를 통해 '현직 대통령에 대한 기소와 형사처벌은 통치기관이 헌정상 부여된 기능을 수행하는 능력을 저해할 것'이라고 밝혀 탄핵 견해를 지지하고 있다.
검찰은 따라서 법무부의 이러한 지침에 따라 현직 대통령에 대해 형사기소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FT는 전망했다. 대신 범법 사실이 확인될 경우 의회가 탄핵 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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