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이란계 英여성에 귀휴 허용…美 제재 속 EU 향한 구애?

입력 2018-08-24 10:24
이란, 이란계 英여성에 귀휴 허용…美 제재 속 EU 향한 구애?

2년여 복역 자가리-랫클리프 딸과 재회…이란, 석방 난색서 입장 바꿔

美 공세 속 '우군' EU와 관계강화 의지 해석도…EU, 이란에 230억 지원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이란이 2년 넘게 자국에 수감 중이던 이란-영국 이중국적 여성 나자닌 자가리-랫클리프에게 사흘간의 짧은 귀휴를 허용했다.

그동안 나자닌의 석방에 난색을 보여왔던 이란 정부가 비록 사흘간이지만 입장을 바꾼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자가리-랫클리프가 이날 오전 급작스럽게 귀휴를 허락받고 한시적으로 석방돼 4살배기 딸 가브리엘라와 재회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출신으로 영국인 리처드 랫클리프와 결혼해 영국에서 거주 중이던 그는 2016년 4월 딸을 데리고 이란의 친정을 방문한 뒤 영국으로 돌아가려다 공항에서 이란혁명수비대에 체포됐다.

이란 당국은 자가리-랫클리프가 이란 정권을 '조용히 전복'시키려 인터넷과 미디어 관련 계획을 모의하고 실행했다는 혐의를 적용했고 법원은 지난해 1월 자가리-랫클리프의 징역 5년형을 확정했다.

그가 체포될 당시 생후 22개월이던 딸 가브리엘라는 이란의 친정에서 자랐으며 영국인 남편은 본국에서 부인의 석방을 위한 대대적인 구명 운동을 펼쳐왔다.

자가리-랫클리프는 남편을 통해 "딸의 인형집을 함께 갖고 놀고 딸은 내게 장난감을 보여줄 수 있다. 딸아이의 머리를 빗겨주고 목욕을 시키고 공원에 데려가고 밥을 먹이고 옆에 누워 잘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 너무나 좋다. 지금도 믿기질 않는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귀휴 결정은 자가리-랫클리프에게도 새벽에 갑작스럽게 통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감방에서 잠옷 차림이던 그는 10분 이내에 준비해서 떠나라는 명령을 받고 교도소에서 쫓기듯 나와 지나던 행인의 휴대전화를 빌려 친정 오빠에게 귀휴 사실을 알렸다.

이란 당국의 귀휴 결정은 유럽연합(EU)이 지난 2015년 국제사회와 이란이 체결한 핵합의인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에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국제사회에 이란과의 거래 중단을 압박하면서 EU가 어느 선까지 미국의 압박에 저항해야 하는지 고심하는 와중에 이뤄졌다.

이 때문에 이란의 이같은 '인도적 조치'를 두고 EU와 관계 강화를 위한 이란 정부의 구애의 제스쳐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올 전망이다.

일단 EU는 이날 미국의 제재로 어려움을 겪는 이란에 1천800만유로(약 234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한편 가디언은 자가리-랫클리프에게 비록 이란 관련법에 의해 사흘간의 짧은 귀휴가 허락됐지만, 이란에 구금됐던 다른 정치범들의 사례를 고려하면 이 기간이 연장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이날 제러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서 자가리-랫클리프의 귀휴 소식을 반기면서도 그가 영구적으로 석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가리-랫클리프의 남편 리처드도 "귀휴는 완전한 자유가 아니다. 우리는 감옥으로부터의 휴가가 아닌 그의 귀환을 원한다"고 밝혔다.

mong07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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