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지고 넘어지고' 강풍 동반한 '솔릭' 관통…피해 속출
초속 30m 바람에 곳곳 정전…날 밝아야 피해 집계될 듯
항공기·여객선 통제…전국 7천800여개 학교 휴업·휴교
(전국종합=연합뉴스) 제주를 강타하고 23일 밤 목포를 통해 한반도에 상륙한 제19호 태풍 '솔릭'이 호남권을 직격한 데 이어 충청권으로 이동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태풍의 크기와 강도는 약해졌지만, 여전히 순간 최대 초속 30m 안팎의 강한 바람과 함께 많은 비를 뿌려 정전 등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
자정∼새벽 시간대에 내륙을 관통 중이어서 저지대 주택과 농경지 침수 등 정확한 피해 규모는 날이 밝은 뒤 보고·집계될 것으로 보인다.
태풍이 지나는 길목의 주민들은 긴장감에 밤잠을 설쳤다. 일부는 창문을 걸어 잠그거나 유리창에 신문지와 테이프를 붙이는 등 촉각을 곤두세웠다.
◇ 호남·충청 관통…대부분 태풍특보
24일 오전 4시를 기해 광주·대전·세종·전남·전북 전역과 충남·충북·경남·경북 일부, 남해서부 전해상, 남해동부 해상, 서해중부 앞바다, 서해남부 전해상에 태풍경보가 발효됐다.
또 서울, 인천, 대구, 울산, 강원 등 나머지 지역에는 태풍주의보, 강풍주의보, 풍랑주의보가 발효돼 전국이 태풍 영향권에 들었다.
태풍은 대전을 거쳐 오전 9시께 충북 충주 동쪽을 지난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23일부터 이날 오전 5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가거도 318㎜를 최고로 진도 305mm, 강진 242mm, 무안 161.5mm, 해남 157.5mm, 목포 152.4mm 영광 125.5mm, 광주 62.8mm 등이다.
전북 임실 강진면에는 한때 시간당 32.5㎜의 장대비가 쏟아졌다.
◇ 강풍에 정전되고 가로수 뽑히고
제주도를 할퀴고 한반도에 상륙한 솔릭은 호남권에도 피해를 냈다.
솔릭이 동반한 강풍으로 제주, 전남, 광주 일원 주택, 상가 등 2만2천840 가구가 정전돼 대부분 복구됐으나 오전 4시 현재 아직 500여 가구가 복구 중이다.
제주와 여수, 장흥, 해남에서 가로수 140그루가 넘어졌고, 진도에서는 가로등이 파손됐다. 신호등 97개도 깨지거나 고장났다.
한전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11시 현재 전남에서 13건의 정전 피해가 접수됐다. 해남군 송지면 아파트 241가구 등 6천여가구가 불편을 겪었다.
진도, 해남, 완도 등 전남 서해안에는 솔릭 영향으로 순간 최대 초속 30m 안팎의 강한 바람이 불었다.
전날 한라산 진달래밭에 최대순간 풍속(초속) 62m를 기록한 데 이어 24일 오전 2시 여수 간여암에서 32.7m의 강풍이 측정됐다.
광주·전남에는 초속 30m가 넘는 강풍이 불고 300mm 안팎의 비가 내리면서 피해가 잇따랐다.
전남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3일부터 24일 새벽까지 총 163건의 태풍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주로 나무가 쓰러지거나 주택에 일시적인 침수가 발생했으며 도로나 농경지 침수 피해는 없었다.
지난 23일 완도군 보길면 선창리 호안도로 일부가 유실되고 진도군 임회면에서는 나무가 강풍에 쓰러져 주차 차량을 덮치기도 했다.
광주에서는 가로수가 쓰러지거나 건물 간판 치 시설물이 떨어지는 등 61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이날 오전 2시께 창원시 의창구 도계동의 한 빌라 외벽 일부가 강풍으로 떨어졌다는 신고가 접수되는 등 경남에서도 일부 피해가 발생했다.
경기도에서는 주거지의 석축붕괴 우려 등으로 4개 시·군 9가구 30명이 마을회관이나 친척 집에 임시대피했다.
충북에도 오전 4시 현재 일부 지역에 순간 최대초속 30m 안팎의 강한 바람이 불고 있다.
전북도 재난안전대책본부는 "현재까지 태풍으로 인한 인명피해 신고는 접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 실종 1명·부상 2명·이재민 11가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번 태풍으로 이날 오전 4시 기준으로 실종 1명, 부상 2명, 이재민(일시 대피) 11가구(25명) 등의 피해가 잠정 집계됐다.
또 여객선은 97개 항로 165척의 발이 묶였고, 유선(유람선) 284척이 통제되고 있다. 15개 공항에서 787편의 항공편이 결항했다.
21개 국립공원은 전 구간 탐방로도 출입이 금지됐다. 고흥 거금대교와 소록대교 역시 아직 통제가 유지되고 있다.
◇ 오늘 대부분 학교 휴업·휴교
전날 오후 5시 기준 전국적으로 2천667개 학교가 등·하교 시간을 조정하고 1천965개 학교가 휴업했다.
휴업·휴원에 따라 교육부는 안전이 확보되는 범위 내에서 돌봄교실을 운영하는 방안을 학부모에게 안내하라고 요청했다.
24일에는 전국적으로 7천800여개 학교가 휴업·휴교한다.
세종·강원·전북은 모든 학교가 휴업하고 충북은 전 학교가 교직원까지 나오지 않은 휴교를 결정했다.
서울과 인천, 경남은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학교가 전면 휴업하고 고등학교는 휴업이 권고된다. 대전은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전면 휴업, 중학교와 고교는 휴업 권고가 결정됐다.
복지부는 전국 어린이집은 자율 휴원 조치를 권고했다.
(박재천 장덕종 이재영 정경재 최찬흥 김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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