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남현희가 태운 마지막 불꽃…"아쉽지만, 후회는 없어요"
한국 선수 최다 7번째 '금' 도전했으나 일본에 져 동메달
후배들 얘기엔 '울컥' "전 끝났지만, 많이 응원해주세요"
(자카르타=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9경기 중 두 경기를 남겨놓고 18-35.
모두 '기울었다'고 생각했을 때, 남현희(37·성남시청)는 아니었다.
2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펜싱 여자 플뢰레 단체전 준결승.
맏언니 남현희는 한국이 일본에 더블 스코어 가까이 뒤진 가운데 8번째 경기에 나섰다.
자신보다 16살이나 어린 미야와키 가린을 상대로 그는 무려 13점을 몰아치며 거세게 따라붙었다.
31-39까지 좁혔지만, 경기가 뒤집히진 않았다.
36-45 한국의 패배. 한국 여자 플뢰레의 6회 연속 아시안게임 정상 도전이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고질적인 엉덩이뼈와 무릎부상을 안고 도전한 5번째이자 마지막 아시안게임, 마지막이 될 수 있는 경기에서 남현희는 모든 걸 불태웠다.
그의 펜싱 인생이 그랬다.
남들은 안 된다고 할 때, 그는 세계의 문을 두드렸다.
154㎝. 펜싱의 본류인 유럽 선수보다 한 뼘, 머리 하나는 작았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남들보다 한 발 더 벌리며 이겨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은메달을 획득했고, 4년 뒤 런던에서는 단체전에서 후배들과 동메달을 합작하는 등 갖가지 이정표를 세웠다.
아시안게임은 2002년 부산 대회부터 빠짐없이 출전해 2006 도하, 2010 광저우 대회 2관왕을 포함해 6개의 금메달과 1개의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는 그가 생각하는 '진짜 마지막'이었다.
7번째 금메달을 따 '한국 선수 하계 아시안게임 최다 메달'이라는 기록을 남기고 끝내고 싶었다.
하지만 개인전에선 2연패에 도전하는 후배 전희숙(34·서울시청)에게 16강전에서 졌다. 위업을 노린 단체전에선 일본에 뜻밖의 일격을 당하며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도전의 무게를 내려놓은 남현희는 "이 멤버들과 뛰는 게 마지막이라 아쉽지만, 최선을 다했으니 후회가 없다"며 미소 지었다.
준결승 경기에 대해선 "상대에서 후보로 예상한 선수가 들어와서 양상이 예상과 좀 달랐다"면서 "초반에 이기고 가지 못해 결과적으로 버거워졌다"고 돌아봤다.
8번째 경기의 '투혼'에 대해선 "정말 마지막이니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에 나올 (전)희숙이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었다"면서 "출산 이후엔 스피드보다 노련함으로 경기하다가 이번엔 스피드로 몰아붙여야 해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득점이 잘 나왔다"고 설명했다.
'오늘이 정말 마지막이냐'고 묻자 "네"라고 답할 때까지도 그는 줄곧 담담하고 씩씩했다.
하지만 옆에서 후배 채송오(29·충북도청)가 "언니들이 많이 해줬는데 못 받쳐준 것 같아서…"라며 눈시울을 붉히자 참았던 남현희의 눈물도 터졌다.
"저와 희숙이는 계속 나왔지만, 처음 출전한 후배들이 있으니 함께 멋지게 장식하고 싶었다"고 울먹이며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남현희는 "전 끝났지만, 후배들이 잘할 수 있게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며 마지막 아시안게임 경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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