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날씨 좋았으면"…이산가족, 태풍에도 설렘 속 속초 집결
남측 81가족, 24∼26일 금강산에서 북측 가족과 상봉
(속초·서울=연합뉴스) 공동취재단 이정진 기자 = 북측 가족과의 상봉을 앞둔 이산가족들이 23일 설렘 가득한 표정으로 강원도 속초에 집결했다.
금강산에서 24∼26일 진행될 예정인 2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참여할 81가족은 이날 오후 하나둘씩 속초 한화리조트에 도착했다.
혹시나 늦을까 고지된 집결시간인 오후 2시보다 훨씬 이른 12시께 이미 리조트에 당도한 이들도 20여 가족이나 됐다.
당초 83가족이 북측 가족과 만날 예정이었지만 두 가족이 줄었다. 한 가족은 북측, 다른 한 가족은 남측가족의 건강문제로 그리운 가족과의 상봉이 막판에 불발됐다고 한다.
태풍 '솔릭'이 북상하면서 이산가족에게는 1차 상봉행사 때와는 달리 가족당 1개의 우산이 지급됐다. 대부분의 가족이 이미 우산을 챙겨왔다.
태풍 때문에 65년 만에 그리운 가족들을 만날 상봉행사가 행여나 차질을 빚을까 노심초사하는 이들도 있었다.
북측 삼촌을 만나는 전민근(57) 씨는 "내일 날씨가 좋았으면 좋겠다. 태풍이 오면 미뤄질 수 있다는데 순서대로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 씨는 상봉행사가 태풍의 영향으로 하루 미뤄질 가능성도 염려했다. 그는 "하루 미뤄지면 2박 3일 통째로 미뤄지는 것인지, 1박 2일이 되는지도 모른다"고 차질이 빚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북측 여동생을 만날 강정옥(100) 할머니는 제주도에서 전날 항공편으로 상경해 상봉에 참여할 수 있었다. 이날은 대부분의 항공편이 결항이었다.
정부는 태풍 '솔릭'의 북상에도 일단 상봉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지만, 태풍 상황에 따라 일정을 조정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상봉단은 24일 오전 버스를 타고 동해선 육로를 통해 금강산으로 들어가며, 오후 3시에 첫 상봉이 예정돼 있다.
예보대로라면 태풍 '솔릭'은 남측 방북단이 금강산에 도착해 첫 상봉을 전후하고 있을 시점에 금강산 지역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태풍 북상 등의 영향으로 소방인력이 당초 알려졌던 8명에서 16명으로 늘었다.
금강산 숙소와 상봉장 등이 고층건물인 데다 시설이 낡아 구급차 1대와 고가사다리차 1대가 추가로 배치됐다. 소방헬기 1대는 강원도 양양에서 대기한다.
윤종진 금강산 임시센터장은 "상봉가족들이 고령이시다 보니 오랜만에 가족을 만나고 크게 놀라실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런 유사시에 대비해 구급대원들이 대기하게 된다"면서 "진압대원들은 노후화된 건물 관리, 혹시 있을지 모르는 화재, 특히 태풍 등에 대비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산가족들의 건강을 책임질 의사 6명, 간호사 5명도 함께 방북한다.
이날 북측 조카를 만나는 안경숙(89) 할머니가 허리 디스크때문에 구급차로 리조트에 도착하기도 했다.
한편 이산가족들의 사진을 촬영해주는 서비스는 이번에도 인기가 높았다.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KT의 권오륭 상무보는 "처음에는 '목소리가 녹음돼있는 사진 액자'로 하려고 했는데, 정부에서 녹음은 안된다고 하더라"면서 "녹음 칩이 들어가야 하기때문에 제재 때문인지, 전자제품이라 좀 더 일찍 허가를 받았어야 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산가족들은 24일 오후 단체상봉을 시작으로 2박 3일간 남측 주최 환영만찬, 개별상봉, 객실중식, 단체상봉, 작별상봉 및 공동중식 순서로 6차례에 걸쳐 총 12시간 북측의 가족과 상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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