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하는 남자 공략하라"…日서 남성용 화장품 본격 시판

입력 2018-08-23 10:56
"화장하는 남자 공략하라"…日서 남성용 화장품 본격 시판

취업활동 10-30대 젊은 세대 겨냥, 파운데이션은 15가지 색 구비

'쓰기 쉽게' 여닫을 때 소리 안나고 면도하듯 문지르는 파운데이션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남성 화장시대가 도래했다. 스킨이나 로션 정도의 간단한 스킨케어 용품이 아니라 립스틱, 아이섀도 등 무려 12가지에 이르는 남성용 화장품이 본격 시판된다. 그동안 화장은 여성전용이라는 게 일반적 인식이었지만 최근에는 취업활동을 하는 10-30대 젊은 남성과 업무상 외부인 접촉이 많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화장을 하는 남성이 크게 늘고 있어서다.

23일 NHK에 따르면 일본 유수의 화장품 메이커인 '폴라 오르비스 홀딩스(POLA ORBIS HOLDINGS INC.)'는 내달부터 남성용 화장품 본격 판매에 나선다. 기존 남성 화장품은 향수, 로션 등 스킨케어 제품 정도 였지만 이번에는 파운데이션과 립스틱, 아이섀도 등 12종류에 이른다. 특히 기초 화장품인 파운데이션의 경우 남성들은 햇볕 노출 정도에 따라 여성보다 색깔에 편차가 큰 점을 감안, 여성용은 5가지 정도의 색상인데 비해 남성용은 15가지 색상을 구비했다. 보다 자연스러운 색상으로 화장이 가능하도록 색상 수를 여성용보다 크게 늘린 것.



외국 브랜드인 샤넬도 11월부터 일본에서 파운데이션 등 남성용 화장품의 인터넷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화장품 업계가 잇따라 남성용 화장품의 구색을 늘리고 본격 판매에 나서기 시작한 건 화장을 하는 남성들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취업활동을 하는 10-30대 젊은 세대와 업무상 외부인을 많이 만나는 샐러리맨을 중심으로 '화장하는 남성'이 늘고 있다. 특히 10대와 20대의 젊은이들은 중요한 장면이나 전환점이 될만한 상황을 의미하는 '고코 이치방(此處一番)'때 화장을 많이 한다. 예를 들어 취업면접이나 이성과 만날 때, 또는 업무상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등 얼굴색을 밝게 보이게 하고 싶을 때가 그런 경우다.



남성용 화장품 개발을 담당한 오모토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남성도 화장을 통해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일본 국내 화장품 시장은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의미하는 이른바 인바운드 수요가 늘고 있지만 이들 이외의 수요는 크게 늘지 않고 있다. 업계로서는 새로운 시장 개척의 의미도 있는 셈이다.

업계는 남성용 화장품을 개발하면서 남성들이 쓰기 쉽도록 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한다. 기초화장품인 파운데이션의 색상을 늘린 것도 그 때문이다. 제품의 모양에도 신경을 썼다.

여성용 파운데이션은 뚜껑을 열면 거울이 붙어있는 이른바 '콤팩트'가 주류지만 남성용은 세로가 긴 스틱 모양의 사각형으로 만들었다. 분을 묻혀 바르는 퍼프를 사용하지 않고 스틱을 면도하듯 문질러 파운데이션을 바르도록 했다. 캡 안쪽의 요철도 없애 여닫을 때 소리가 나지 않도록 하는 등 남자들이 다른 사람이 있는 곳에서 소지하더라고 위화감이 들지 않도록 궁리했다고 한다.

리에 오모토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남성들이 일상생활 동작의 연장선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 신경을 썼다"면서 "화장은 여성이 하는 거라는 고정관념을 바꿔 남성도 화장을 통해 더 자신을 갖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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