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조업 엄단' 인도네시아, 외국어선 120척 침몰 처리

입력 2018-08-23 10:19
'불법조업 엄단' 인도네시아, 외국어선 120척 침몰 처리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자국 해역에서 불법조업을 하는 어선을 침몰시키는 강경책을 써 온 인도네시아가 외국어선 120척을 추가로 가라앉혔다.

23일 일간 콤파스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해양수산부는 지난 20일 전국 11개 해역에서 불법조업으로 적발된 선박 125척을 동시에 침몰시켰다고 전날 밝혔다.

이들 선박의 선적은 베트남 86척, 말레이시아, 20척, 필리핀 14척, 인도네시아 5척 등이었다.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2014년 취임 직후 외국어선의 불법조업을 엄단한다는 방침을 세웠고, 이후 현재까지 488척의 어선을 나포해 가라앉혔다.

1만7천여 개의 섬으로 이뤄진 세계 최대 군도 국가인 인도네시아는 그 이전까지 외국어선의 불법조업으로 연간 40억 달러(약 4조4천억원)의 손실을 봤던 것으로 추산된다.

이러한 조치에 힘입어 인도네시아 영해와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선 불법조업이 90% 이상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인도네시아 정부 일각에선 중국 등 주변국과의 외교적 갈등을 이유로 해당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해 초에는 유수프 칼라 부통령과 루훗 판자이탄 해양조정부 장관이 해양수산부에 불법조업 어선 침몰을 중단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민 대다수는 불법조업 강경 대응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인다. 수시 푸지아투티 해양수산부 장관은 "침몰 처리를 지시한 법원의 판결에 따를 뿐"이라며 외국어선 침몰처리 정책 폐기를 거부했다.

인도네시아는 2016년 6월 자국 EEZ인 남중국해 나투나 제도 인근 해역에서 조업하다 도주하는 중국 어선을 향해 발포해 외교적 갈등을 빚었다. 작년 7월에는 베트남 어민 4명이 인도네시아 해군이 쏜 총에 맞아 중경상을 입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릴리 프르기와티 인도네시아 해양수산부 대변인은 "주변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이번 침몰 조처와 관련해선 사전 공지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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