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통한의 1초'…태권도 이화준 "금메달만 보고 왔는데"
결승전 종료 1초 남기고 코트 밖으로 나가 감점
(자카르타=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태극마크를 처음 달고 출전한 대회에서 은메달까지 땄지만 이화준(22·성남시청)은 인터뷰 내내 눈물을 흘렸다.
이화준은 2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태권도 겨루기 남자 80㎏급 결승에서 니키타 라팔로비치(우즈베키스탄)에게 18-21로 지고 은메달을 수확했다.
처음 국가대표를 나선 대회가 4년마다 열리는 아시안게임이었지만 그는 시종 저돌적인 모습으로 자신의 첫 국제대회를 은빛으로 장식했다.
하지만 경기 후 만난 이화준은 "은메달도 값지지만 저는 금메달을 보고왔기 때문에 많이 속상하다"면서 눈물을 흘렸다.
이화준에게는 너무나도 아쉬운 날이었다.
결승까지 잘 달려왔고,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과 2015·2017년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74㎏급에서 은메달을 딴 라팔로비치를 맞아서도 잘싸웠다.
경기 내내 끌려가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달려 들어 3라운드 막판에는 18-18 동점까지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종료 1초를 남기고 이화준의 발이 코트 밖으로 벗어났다는 판정으로 감점이 선언돼 18-19로 다시 라팔로비치가 앞서면서 승부가 갈렸다.
비디오 판독으로도 판정은 뒤바뀌지 않았다.
이화준은 "많은 경험을 했다"면서 "마지막 판정이 아쉬웠다. 운이 안 따라줬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운동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했는데 항상 마지막에 운이 안따라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화준은 "연장에 들어가면 무슨 공격을 할 지 생각하고 있었다"고 18-18로 맞서던 때의 상황을 전한 뒤 "후회 없는 경기는 했지만 결과가 못 따라줘 속상하다"며 서럽게 울었다.
체육관에 가면 자전거를 준다는 말에 다섯 살 때 시작한 태권도.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이어진 이화준의 선수 생활은 순조롭지 않았다.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늘 2∼3등에 머물렀다.
결국, 남들보다 한참 늦은 올해 첫 태극마크의 꿈을 이루고 아시안게임 무대에 오르게 됐다.
국가대표로 나서는 국제대회가 처음이지만 태권도 대표팀 김종기 감독은 아시안게임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주저하지 않고 이화준을 금메달 후보로 꼽았다.
이화준도 "국가대표 선발전이라는 벽을 넘었으니 이젠 아시안게임이라는 더 큰 벽을 넘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고는 다짐대로 잘 싸웠다. 하지만 너무나도 뼈아픈 1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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