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32세 조효철의 마지막 AG…딸 앞에서 펼친 투혼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금메달…레슬링 조효철, 붕대감고 해냈다
(자카르타=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중량급 경기는 '체력 싸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유형처럼 하반신을 쓸 수 없기 때문에 기술보다는 우직한 힘으로 몸싸움을 펼쳐 상대를 쓰러뜨려야 한다.
한국 레슬링은 그동안 중량급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서구 선수들의 힘과 체력에 막혀 번번이 눈물을 흘렸다.
올림픽 등 메이저대회는 물론 카자흐스탄 등이 참가하는 아시아권 대회에서도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대한레슬링협회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예상성적 분석표에서 그레코로만형 97㎏급 조효철(32·부천시청)을 메달권 밖으로 분류하기도 했다. 조효철을 포함해 중량급 선수들에게 기대를 거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나 조효철은 묵묵히 자기의 길을 걸었다.
한국 레슬링 대표팀 박장순 총감독은 "이번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면서 조효철 만큼 많은 훈련을 소화한 선수는 많지 않을 것"이라며 "은퇴를 눈앞에 둔 적지 않은 나이에도 엄청난 훈련으로 자신을 단련했다"라고 설명했다.
조효철이 마지막 불꽃을 태운 이유는 이번 대회가 그의 마지막 아시안게임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만 32세의 조효철은 이번 대회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마지막 메이저대회라 여겼다.
그는 대회가 열리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아내와 딸을 데려오기도 했다. 마지막이 될 수 있는 국제무대에서 '멋진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조효철은 2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 어셈블리 홀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그레코로만형 97㎏급 경기에서 투혼을 발휘했다.
카자흐스탄 에코브 우수르와 8강 경기에서 이마가 찢어져 피가 흘렀지만, 붕대를 감고 나와 6-1로 승리하며 준결승에 진출했다.
이란 알리 악바르 헤이다리와 준결승에서도 그랬다. 붕대는 빨간빛으로 물들었다. 그러나 그는 개의치 않고 모든 힘을 짜냈다.
그는 종료 부저가 울리자 다리가 풀려 코트에 쓰러지기도 했다.
모든 체력을 쏟아낸 조효철은 결승전에서 투혼을 발휘했다. 중국 디 샤오에게 1피리어드까지 1-4로 뒤져 패색이 짙었는데, 경기 종료 2분 40여초를 남기고 메치기로 대거 4득점에 성공해 경기를 뒤집었다.
조효철은 5-4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뒤 포효했다. 그리고 관중석에 올라가 가족의 품에 안겼다.
'아빠 레슬러' 조효철의 눈가에 눈물이 맺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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