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라오스 야구, 스리랑카에 패배…짧지만 강렬한 국제 데뷔전
권영진 라오스 감독 "라오스 선수들에겐 이제 '공동의 시간'이 있다"
(자카르타=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라오스 야구대표팀의 국제무대 데뷔전은 짧게 끝났다.
하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라오스는 2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C)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자격예선 2차전에서 스리랑카에 10-15으로 패했다.
21일 태국에 0-15, 6회 콜드게임으로 패한 라오스는 3개 팀이 참가한 자격예선에서 2패를 당해 본선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그러나 희망은 봤다.
21일보다는 22일에 더 나은 기록이 나왔다.
라오스는 0-4로 뒤진 1회말 1사 2, 3루에서 4번타자·투수로 나선 홉콥 피탁이 좌익수 쪽 2루타를 쳐 2점을 뽑았다. 라오스 야구가 국제무대에서 올린 첫 점수였다.
4-11로 끌려가다 5, 6, 7회 연거푸 득점하며 10-11까지 추격하는 저력도 선보였다.
결국, 뒷심 부족으로 패했지만 이만수 라오스 야구협회 부회장의 바람처럼 콜드게임 패배를 면하고 9회까지 경기를 치렀다.
태국전에서 1안타에 그친 타선은 스리랑카를 상대로 13안타를 쳤다.
라오스 대표팀을 이끄는 권영진 감독이 바라는 모습이었다.
2016년 2월부터 라오스 선수들을 가르친 권영진 감독은 "라오스 선수들은 지나칠 정도로 착하다. '경쟁심'이란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문화 속에서 자랐다"며 "승패가 갈리는 스포츠를 하려면 어느 정도 경쟁심이 있어야 하지 않은가. 경쟁심은 사회적인 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 그걸 심어주는 기간이 길었다"고 했다.
권 감독은 "한국 야구에 익숙한 사람들은 태국과 스리랑카 야구가 참 약해 보이지만, 한국의 중학교 2학년 수준인 라오스 대표팀에는 도저히 이길 수 없는 팀이다"라며 "하지만 우리 선수들이 '이기고 싶다'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그래서 이번 대회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배 13척으로 130여 척과 맞선 얘기도 해줬다"고 했다.
야구를 통해 라오스 소년들이 변했다.
권 감독은 "라오스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시간'이 가장 중요하다. 처음에는 '몇 시에 훈련을 시작하자'라고 설득하는 것도 어려웠다"며 "하지만 선수들이 한국을 다녀오고, 한국 야구 등을 보면서 걸음이 빨라졌다. 그들에게 '공동의 시간'이 생긴 것"이라고 전했다.
권 감독 등 한국인 지도자들도 라오스를 이해했다.
그는 "처음에는 선수들이 폐타이어로 만든 슬리퍼를 신고 훈련했다. '왜 신발을 신지 않는가'라고 물으니 '어릴 때부터 맨발로 다니는 게 익숙해서 신발을 신으면 갑갑하다'고 하더라"며 "그런데 이만수 부회장님의 노력으로 스포츠용품을 지원받아 운동화를 신고 훈련을 하기 시작하니, 선수들이 신발을 벗지 않으려고 했다. 그렇게 선수들의 마음, 여러 환경을 보고, 느끼고,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이제 한국인 지도자와 라오스 선수들은 서로를 이해한다. 그리고 공동의 목표도 생겼다.
이만수 부회장과 권 감독, 선수들은 "언젠가는 꼭 국제대회에서 1승을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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