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사이클 금 나아름 "희생한 주미언니, 업어줄래요"
(수방[인도네시아]=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오늘 금메달은 하늘에 한 점 부끄럼 없이 주미 언니와 감독님, 지도자들과 동료가 다 같이 만든 금메달이에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도로사이클 여자 개인도로 금메달을 목에 건 나아름(28·상주시청)은 금메달 소감을 묻자 곧바로 고마운 사람들을 줄줄이 읊었다.
나아름은 22일 인도네시아 서자바주 수방 일대 도로에서 열린 대회 여자 개인도로에서 104.4㎞ 구간을 2시간 55분 47초 만에 통과,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개인도로(individual road race)는 모든 참가자가 한 번에 출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는 선수가 이기는 '사이클 마라톤'이다.
종목 이름에 '개인'이라는 단어가 붙지만 '팀플레이'가 중요한 종목이다.
나아름은 이날 같이 레이스를 펼친 이주미(29·국민체육진흥공단)의 희생 덕분에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주미는 레이스 중반까지 선두 선수들을 견제하는 역할을 했다.
이주미가 경쟁자들의 힘을 빼준 덕분에 나아름은 막판 약 15㎞를 남기고 선두그룹으로 치고 나갔고, 언덕 구간이 시작한 약 5㎞ 지점부터 단독 질주를 펼칠 수 있었다.
이주미는 자기 역할을 완벽히 수행하고 8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나아름은 약 한 달 전부터 이주미와 같은 방에서 합숙하면서 늘 이 작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그는 "밤새 이야기하다가 잘 때는 꿈까지 꿀 정도였다"며 "너무 그대로 돼서 놀라울 정도"라고 말했다.
이주미는 "개인도로에서는 개인만 생각하면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렵다. 우리 두 명이 대한민국의 금메달을 만들었다"고 자랑스러워했다.
나아름과 이주미는 10년 넘게 끈끈한 동료애를 나눈 사이다.
나아름이 고등학교 1학년 때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들어오면서 당시 태극마크를 달고 있던 이주미와 친분을 쌓기 시작했다.
나아름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국가대표팀에 합류하면서는 더욱 두터운 친분을 다졌다.
이주미는 "같은 종목 선수끼리 충돌이 생길 수도 있는데, 우리는 서로 믿고 모든 것을 다 공유하는 사이"라고 설명했다.
나아름은 이주미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이따 숙소에 갈 때 언니를 업고 가겠다"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나아름은 "아시안게임에 금메달을 따겠다고 온 게 아니라 '남김없이 불태우고 가자'는 마음으로 왔다"며 "언니와 같이 해서 더욱 뜻깊다"고 거듭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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