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제자유구역 분구론 또 고개…찬반 논란 엇갈릴 듯
송도 등 대형 프로젝트 잇단 차질에 주민들 시·자치구 불신
원도심과 불균형 심화 우려속 '시기상조' 의견도
(인천=연합뉴스) 신민재 기자 = 송도·청라·영종 등 인천경제자유구역을 기존 지방자치단체와 분리해 독립된 자치구로 만들어야 한다는 여론이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해 찬반 갈등이 첨예하게 엇갈릴 전망이다.
23일 인천시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이들 지역 인구는 송도 13만203명(계획인구 26만4천611명), 청라 9만3천997명(계획인구 9만명), 영종 7만835명(계획인구 18만3천762명)이다.
주민들은 이들 지역이 2003년 국내 최초 경제자유구역 지정된 이후 최근에서야 비로소 개발사업의 성과가 하나둘씩 나오고 있는데, 원도심 활성화 정책에 치중한 나머지 경제자유구역 개발 추진력이 약화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송도의 랜드마크로 기대를 모은 '워터프런트' 조성사업이 원안보다 후퇴하는 등 대형 프로젝트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지자 독립 자치구로서의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는 주민 요구도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송도 주민들은 송도국제도시를 기존 연수구에서 분리하고 예산도 별도 회계로 관리할 것을 주장한다.
이들은 인천시가 재정난 타개를 위해 송도 토지를 시 자산으로 가져가 부채 상환에 쓰는 상황에 불만을 드러낸다.
주민들은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청원에서 "대한민국 1호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송도국제도시의 대형사업이 인천시장이 바뀔 때마다 연기되거나 좌초되고 있다"며 인천시에 대한 감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앞서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경제자유구역인 영종지구 주민들은 올해 3월 '영종도를 인천시 중구에서 분리해 영종특별자치구로 지정해달라'고 관계기관에 건의했다.
주민들은 "인천 중구 인구 11만명 가운데 6만8천명이 영종도에 사는데 여러 행정기관은 바다 건너 30㎞나 떨어진 중구 원도심에 몰려 있어 제대로 된 행정·복지·보건서비스를 받지 못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분구 실현은 간단한 일은 아니다.
우선 연수구에서 독립한 '송도구'나 중구에서 분리된 '영종특별자치구'가 실제로 생기려면 인천시·시의회·해당 자치구가 행정안전부와 협의해 국회의 입법을 거쳐야 한다.
송도를 제외한 연수구 주민, 영종을 제외한 중구 주민들이 분구에 반대하는 여론을 무릅쓰면서까지 인천시나 시의회가 무리하게 분구를 추진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현행 법령상 자치구의 인구 하한선은 따로 명시된 게 없지만 행정구역 편람에는 자치구 분구 인구가 50만명으로 돼 있다.
현재 청라를 품고 있는 서구는 인구가 53만명으로 분구 기준을 충족하지만 연수구와 중구는 인구가 각각 34만명, 12만명에 그쳐 분구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
송도국제도시와 영종도의 자치구 분리는 '송도구 신설에 관한 법률'과 같은 국회 입법을 전제로 하는 만큼 논의가 본격화하는 시점에 시민 여론과 인천의 정치 지형도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인천시장과 연수구청장, 중구청장을 비롯한 단체장과 지역 여·야 국회의원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찬반이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자유구역 분구 요구에 대해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행정력과 재정 투자가 경제자유구역에 집중돼 낙후한 원도심과 불균형 발전이 더 심해지고 급속한 인구 이동에 따른 원도심 공동화를 부채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변병설 인하대 행정학과 교수는 23일 "기존 지자체에서 경제자유구역을 떼어 내면 재정 악화와 지역간 갈등 유발 등 심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분구론이 확산하는 원인을 분석해 분구가 아닌 다른 해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변 교수는 "송도와 영종의 경우 인구가 아직 계획인구의 절반 수준이어서 행정 개편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며 "부족한 공공서비스 시설을 적정 수준으로 확대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계획인구를 초과하는 상황에 대비해 분구와 관련한 여론을 수렴하고 행정·재정 측면에서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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