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4년 지나 유해조수 포획허가…엽총난사 범인 계획범행 정황(종합)

입력 2018-08-22 16:36
수정 2018-08-22 17:18
귀농 4년 지나 유해조수 포획허가…엽총난사 범인 계획범행 정황(종합)

차에서 대기하다 귀가하는 이웃주민에 총 쏘고 15분 만에 다시 범행

경찰 총기 관리 미숙 지적에 "문제점 없었는지 면밀히 재검토"



(봉화=연합뉴스) 김효중 최수호 기자 = 엽총으로 공무원 등 3명을 살상한 경북 봉화 70대 귀농인이 사전에 범행을 계획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22일 봉화경찰서에 따르면 살인 등 혐의로 체포된 김모(77)씨는 전날 오전 7시 50분께 소천파출소를 찾아 보관 중이던 엽총을 출고했다. 이어 곧바로 차를 몰고 2년 전부터 상수도 사용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던 이웃 주민 임모(48)씨 집으로 향했다.

[경북경찰청 제공]

피의자는 목적지에 도착해 차에 탄 채로 기다리다가 오전 9시 13분께 귀가하는 임씨를 발견하고 엽총을 1발 쐈고 어깨에 총을 맞은 임씨는 인근 풀숲으로 급히 피했다.

김씨는 달아나는 피해자를 향해 총을 2발 더 쐈지만 빗나가자 포기하고 다시 차를 타고 소천파출소로 갔다.

그러나 파출소 직원들이 총을 맞은 임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비어있자 오전 9시 31분께 인근에 있는 현동리 소천면사무소에 들어가 들고 있던 엽총을 쏘기 시작했다.

김씨가 쏜 총에 면사무소에 있던 민원행정 6급 손모(47)씨와 8급 이모(38)씨 2명이 가슴 등을 맞아 크게 다쳤고 급히 병원으로 옮겼으나 결국 숨졌다.

경찰은 "김씨가 이웃 주민 임씨와 상수도 사용 등 문제로 갈등을 겪어오다가 1차 범행을 했고 이 민원처리에 불만을 품고 면사무소까지 찾아가 2차 범행을 한 것으로 진술했다"고 말했다.

또 "김씨가 면사무소 안에 들어와 좌우 방향으로 2발씩 모두 4발을 쐈다"며 "숨진 공무원들은 피의자와 일면식도 없으며 출입문과 가까운 곳에서 근무하다가 안타까운 사고를 당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조사 결과 2014년 귀농한 김씨는 지난달 20일 처음으로 주소지인 수원중부경찰서에서 산탄식 엽총 소지허가를 받았다. 앞서 지난달 초에는 실제 거주하는 봉화군에서 유해조수 포획허가도 받았다.

이후 7월 25일 소천파출소에 자신이 구매한 엽총을 보관하면서 최근까지 13차례 총기를 출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범행 당일에도 유해조수를 잡는다며 엽총을 반출했다.

경찰 관계자는 "귀농 4년이 지나 총기 소지 및 유해조수 포획허가를 받은 것이 범행을 염두에 둔 것인지 확인하고 있다"며 "언제부터 범행을 계획했는지를 수사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이 총기 관리를 더 철저히 했더라면 이번 사건을 예방할 수 있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피해자 임씨는 지난달 30일 "김씨가 나를 총으로 쏴서 죽이겠다고 위협했다는 말을 한 주민에게 했고 이 주민이 다시 다른 사람에게 얘기한 것을 전해 들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신고 당일 오전에 이미 엽총을 출고한 김씨를 찾아가 총을 회수했다. 하지만 9일 동안 내부 검토를 거친 뒤 지난 8일 엽총 출고를 다시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 김씨는 9일부터 19일 사이에 7차례 총을 출고했고 21일에 8번째로 엽총을 가져가 결국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 관계자는 "임씨가 낸 진정서를 바탕으로 조사를 벌였지만, 실제 내용이 다른 부분이 있었고 피의자가 각종 허가를 받은 상황이라 총기를 내주지 않을 방법이 없었다. 임씨도 스스로 진정서를 철회했다"고 밝혔다.

이어 "결과적으로 아쉬운 부분이다"며 "총기 관리상 문제점은 없었는지 면밀히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피의자 동선을 조기 차단하는 것에 실패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주민이 총을 맞았다는 신고가 접수돼 긴급 출동했고 현장에 도착할 때쯤 피의자가 총을 들고 배회한다는 내용이 추가로 들어왔다"며 "당시는 1차 현장과 피해자 보호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경찰은 살인 등 혐의로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kimhj@yna.co.kr su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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