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공단 화재 유족들 "4층에 시너 있어 피해 확산"…사측 부인(종합)
회사측 "스프링클러·비상벨 작동 여부 감식 중"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9명이 숨진 인천 남동공단 세일전자 화재 당시 불이 난 공장건물 4층에 인화성 물질인 시너가 있어 불길이 빨리 번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화재 사망자 유가족들은 22일 인천시 남동구 길병원에서 세일전자 측이 연 화재 개요 브리핑에서 "불이 난 뒤 연기가 (4층 전체에) 퍼지는 데 3분이 채 안 걸렸다"며 "'시너에 불이 붙었다'는 직원 진술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4층에서 시너를 쓰는 작업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말해달라"며 "화재 발생 지점에 뭐가 있었느냐"고 사측에 질문했다.
한 유족은 "딸이 집에서 '시너를 쓰면 물건이 감쪽같이 된다, 그런데 잘못하면 화상도 입을 수 있고 불도 날 수 있다'고 회사 일을 말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유족도 이전에 인쇄회로기판(PCB) 제조 공정에 근무했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PCB를 시너로 닦으면 새것처럼 완벽해진다"며 "새것이나 불량 제품이나 똑같이 해서 업체에 보내고 그러는데 (현장에서 시너를 썼는지) 부분은 반드시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재화 세일전자 대표는 이에 대해 "우리 공장은 시너나 인화성 물질을 쓰지 않고 외주업체는 일부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숨기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처벌도 달게 받겠다"고 답했다.
브리핑 현장에 있던 한 세일전자 직원은 "(화재 발생 지점에는) 박스가 쌓여 있었다"고 답변했다.
또 다른 의혹인 스프링클러와 비상 벨 작동 여부에 대해 사측은 현장 감식이 진행 중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김경환 세일전자 이사는 "4층에는 스프링클러 32개가 설치돼 있었다"며 "올해 6월 29일 한 소방 점검 결과 4층과 관련한 지적 사항은 없었다"고 밝혔다.
당시 소방 점검에서는 1층 분석실 내 화재감지기 미설치, 3층 피난구 유도등 불량, 2층 휴대용 비상조명등 불량 등 공장 1∼3층에서 7가지 사항을 지적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점검은 연 1차례 하게 돼 있다.
김 이사는 이어 경비실에 있는 메인 주경종이 작동한 사실은 확인했지만 4층 사이렌과 스프링클러의 작동 여부에 대해선 현장 감식 중이라고 설명했다.
유가족들은 이에 "목격자들 말을 들어보면 벨이 안 울려서 본인들이 문을 두들겼다고 한다"며 "사망자들 옷도 하나도 안 젖었고 그대로 있다"고 반박했다.
한 유가족도 "언니가 불난 직후 오후 3시 44분에 '갇혔다, 살려달라'고 전화했는데 벨이 안 울린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번 화재는 21일 오후 3시 43분께 남동구 논현동 세일전자 공장 4층 검사실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불로 A(53·여)씨 등 공장 근로자 9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전체 사망자 9명 가운데 4명이 세일전자 협력업체 직원이었으며 1명은 세일전자 소속 비정규 직원으로 확인됐다. 이중 7명의 시신은 공장 건물 4층에서 발견됐다.
당시 건물 4층에서는 사무실 30명, 최종검사실 7명, 개발실 3명, 포장실 3명 등 근로자 총 58명이 일하고 있었다.
4층에는 소화기 26개, 옥내 소화전 4개. 비상구 2개, 완강기 4개가 설치돼 있었지만 순식간에 불길과 연기가 퍼진 탓에 피해자들이 이를 사용할 겨를도 없었던 것으로 유가족들은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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