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멕시코, 나프타 자동차협상 타결 임박…멕 업계 "졸속 우려"
멕 자동차협회 일각 "임기 내 타결 위해 정부 무기력 대응" 반발
현대 등 美 진출 외국업체 3사, 부품 원산지비율 상향 우려 서한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멕시코가 미국과 진행 중인 양자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ㆍ나프타) 자동차 분야 개정 협상의 타결이 임박한 가운데 멕시코 자동차업계에서 정부의 무기력한 대응과 업계 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요구가 대폭 관철된 개정안이 합의되면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의 기아자동차를 비롯해 외국계 자동차 업체의 생산비용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1일(현지시간) 멕시코 자동차협회(AMIA)에 따르면 멕시코와 미국은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미국 워싱턴DC에서 자동차 부품 원산지 규정, 일몰조항,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등 의제를 놓고 집중협상을 벌였다.
멕시코와 미국은 3가지 주요 쟁점 중 미국, 캐나다,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자동차 부품의 의무 장착 비율과 고임금 지역에서 생산된 부품 사용 비율 등을 정한 자동차 원산지 규정 협상에서 상당한 의견접근을 봤다.
구체적으로 멕시코, 미국, 캐나다 등 나프타 협정 체결국에서 생산되는 부품의 사용 비율을 현행 62.5%에서 최소 70% 이상으로 올리고, 3국에서 생산되는 철강과 알루미늄을 70% 이상 사용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에 거의 합의한 상태다. 시간당 임금이 16달러 이상인 고임금 지역에서 생산되는 부품의 사용 비율도 40%로 의무화하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하지만 멕시코 협상 대표단은 2차 협상에서 제너럴 모터스(GM) 등 미국계 자동차업체 3사와 도요타, 혼다가 미국 제시안을 지지한다는 점을 들어 미국의 요구를 대폭 수용하는 움직임을 보여 업계의 불만과 우려를 사고 있다.
여기에 AMIA에 소속된 회원사들이 각사의 이해관계에 따라 행동하는 등 분열 양상을 보이면서 멕시코에 진출한 세계 자동차 업체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한 통일된 요구안을 멕시코 정부에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미국 입장에 우호적인 5사가 미국의 배출가스 관련 압박에 굴복했다는 소문마저 나돌고 있다.
심지어 5사에 더해 멕시코 정부를 불신하는 폴크스바겐과 닛산 멕시코 법인마저 멕시코 정부를 제쳐놓고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개별 협상에 나서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멕시코 협상 대표단은 현 정권 임기 내 타결을 위해 최근 들어 미국에 대폭 양보하는 등 무기력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현 정권은 멕시코 자동차산업의 장기적인 발전은 안중에 없는 것 같아 졸속 타결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미국에 진출한 도요타, 폴크스바겐, 현대차 등 외국계 자동차업체도 미 의회에 서한을 보내 역내서 생산된 부품의 장착 비율 상향 움직임에 우려를 나타냈다.
그간 관망하는 자세를 보인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암로) 차기 정권은 멕시코 자동차업계 일각의 우려와 불만을 감지하고 협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나섰다.
암로 측 나프타 협상 대표인 헤수스 세아데는 이날 "양국 정부가 협상에 진전이 있었다"면서 "양국이 내주 초까지 뚜렷한 결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멕시코 협상단 대표인 일데폰소 과하르도 경제부 장관은 지난 17일 업계와의 면담 자리에서 차기 정권의 나프타 협상 개입에 불만을 표시하고 나프타 개정 타결안이 멕시코 의회에서 부결될 경우 차기 정권이 자신을 정치적인 희생양으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며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멕시코와 미국은 22일부터 24일까지 미국 워싱턴DC에서 3차 양자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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