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면절하' 화폐개혁에 베네수엘라 혼란…야권 총파업 소집

입력 2018-08-22 03:58
수정 2018-08-22 14:01
'액면절하' 화폐개혁에 베네수엘라 혼란…야권 총파업 소집

수도 카라카스 평소보다 한산…중앙은행, 유로당 68.65 볼리바르 고시

시민들, 은행·현금인출기로 몰려…여당, 화폐개혁 지지 맞불 집회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베네수엘라 정부가 '초(超) 인플레이션'에 대처하고자 화폐개혁을 단행한 지 이틀째인 21일(현지시간) 야권이 총파업을 소집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엘 나시오날 등 현지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우파 야권이 정부의 화폐개혁 조치에 맞서 이날 하루 동안 총파업을 촉구한 가운데 수도 카라카스의 거리는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카라카스 중심가의 일부 상점을 비롯해 '킨타 크레스포'로 불리는 재래시장에 있는 많은 가판이 문을 닫았다. 일부 근로자들은 대중교통편을 찾지 못해 출근하지 못하기도 했다.

시장에서 과일을 판매하는 헤수스 로하스는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았고 가격 등의 불확실성 탓에 도매업자들로부터 물건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했다"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베네수엘라는 살인적인 물가상승에 대처하고자 전날부터 기존 통화에서 숫자 0을 다섯개 떼어내 액면가를 10만 대 1로 절하하고 기존의 볼리바르 푸에르테(Bolivar Fuerte, BsF)를 대체할 볼리바르 소베라노(Bolivar Soberano, BsS) 신권을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긴급조치를 시행했다.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은 이날 유로 당 환율을 68.65 볼리바르 소베라노로 고시했다. 이는 달러당 60 볼리바르 소베라노에 해당한다.

새 환율은 정부발행 암호화화폐인 페트로(Petro)에 연동될 예정인데, 1 페트로는 베네수엘라산 원유의 배럴당 가격인 60달러다.

야권은 정부의 화폐개혁이 지난달에만 8만2천%에 달하는 물가상승률을 억제하는데 부적절하다고 비난하며 이날 하루 동안 상업활동을 중지해달라고 촉구했다.

재계 단체인 페데카마라스도 화폐개혁과 함께 시행된 3천%에 달하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기업이 정상적인 운영을 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다만, 페데카마라스는 파업을 공개적으로 지지하지 않은 채 파업 동참을 회원사들의 자체 판단에 맡겼다.

안드레스 벨라스케스 야권 지도자는 국민의 60%가 총파업에 동참했다고 추산했다.

하지만 야권의 총파업 촉구에도 일부 기업과 상점은 전날의 임시공휴일에서 벗어나 속속 정상 운영에 들어갔다고 로이터와 AP 통신은 전했다.

여당은 야권의 총파업 촉구에 맞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긴급조치를 지지하기 위한 맞불 집회를 소집했다.



시민들은 화폐개혁 단행 이틀째지만 사실상 시행 첫날로 여겨지는 이날도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전날 새 화폐 시스템 준비를 위해 일제히 휴무했다가 이날 들어 속속 개점한 은행과 가동이 재개된 현금인출기(ATM) 앞에는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주부 마리트사 바르가스는 "은행에서 5볼리바르 지폐를 인출했지만 무엇을 사야 할지 모르겠다"고 AP통신에 말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살인적인 물가상승과 극심한 경제난이 석유 이권을 노린 미국의 지원 아래 우파 기득권층이 벌인 '경제전쟁' 탓이라고 주장해왔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마두로 정권이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인권을 침해했다며 일련의 제재를 단행했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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