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사고서 '몰카 사건' 잇따라…학교는 입단속만 급급
불법촬영 제보에 학교측 "급진적 갈등 존재…서로 존중하라" 공지
학생들이 공론화 나선 후에야 가정통신문 배포…경찰 수사 착수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최근 서울의 한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인 A고에서 여자화장실 불법촬영(몰카) 시도가 있었다는 폭로가 나와 경찰이 사실관계 파악에 착수했다.
불법촬영 사건이 더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사태가 커지는데도 A고는 논란 확산을 막는 데 급급한 듯한 태도를 보여 빈축을 샀다.
22일 A고 학생 등에 따르면 이달 초 한 여학생은 교내의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남학생이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며 여자화장실에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남학생 휴대전화에 실제 촬영한 사진이 있었는지 등은 학교와 경찰이 조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은 학생들 사이에 빠르게 알려졌다. 반면 학교 측은 정확한 사실관계를 알리기를 꺼리는 태도를 보였다.
오히려 A고의 '안전·인성 교육부'는 지난 17일 '학생에게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으로 교내에 공지글을 붙였는데, 사건 규명과는 동떨어진 게 아니냐는 지적을 샀다.
공지글은 불법촬영이 실제 있었는지, 적절한 조처를 했는지 등은 언급하지 않고 이번 사건의 원인을 급진적 갈등에서 찾는 듯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학교 측은 글에서 "최근 우리 사회에 워마드, 일베, 몰카 문제 등 계층, 세대, 성별 간 다양하고 급진적인 갈등이 존재하고 있다"면서 "학생들도 개인 의견 표출을 넘어서 학생 신분에 맞지 않는 활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학교도 (불법촬영 문제에서) 안전지대가 아닌 것이 현실"이라면서 "모든 학생은 모든 행동에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인지하고, 한 번 더 생각하고 행동하라. 서로 존중하고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자세, 대화와 이성적 태도로 슬기롭게 풀라"고 훈계했다.
A고는 논란이 오히려 커지자 이 공지글을 뗐지만, 학생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불법촬영 시도 사건을 공론화했다.
SNS를 통해 사건이 더 알려지면서 지난 4월 말 A고의 한 남학생이 계단에서 여학생 치마 속을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사건도 있었다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이 사건 역시 학교 측은 정확한 사실관계나 징계 여부를 공지하지 않아 여학생들은 아직도 불안에 떨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학생들은 SNS에서 "불법촬영은 범죄인데 학교는 피해자 인권은 생각하지도 않은 채 가해자를 이해하고 생각을 존중하라고 한다", "선생님들은 피해 학생보다 학교의 명예를 우선시하는 거냐" 등의 의견을 쏟아냈다.
접착식 메모지(포스트잇)에 의견을 써서 교내에 붙이는 '포스트잇 행동'을 하자는 얘기도 나왔다.
학교 측은 부랴부랴 수습을 시도했다. 지난 20일 교감이 교실을 돌아다니면서 학교 입장을 설명했고, 학부모들에게 가정통신문을 보내 유감의 뜻을 밝혔다.
학교 측은 가정통신문에서 "교내 여학생 화장실에서 불법촬영 시도 사건이 일어나 경찰에 신고하고 교육청에 보고했다"면서 "경찰과 동행해 불법촬영 카메라 탐지기로 교내 화장실을 점검한 결과 카메라는 없었다"고 알렸다.
이어 학교는 불법촬영 카메라 정기 점검을 시행하고 야간 지킴이 선생님을 추가 배치하는 등 후속 대책을 마련했다면서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아니한 사실이 SNS로 유포돼 우려되므로 학부모들께서 이 점을 양지해 달라"고 당부했다.
A고 교감은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드릴 말씀이 없다. 원칙대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할 경찰서 관계자는"학생 관련 사안에 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h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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