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지주 연이은 자본확충…ING생명 인수자금 마련하나(종합)
4천억 신종자본증권 수요조사…발행성공시 8월에만 9천600억 마련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신한금융지주가 최근 들어 적극적으로 자본 확충에 나서는 것은 ING생명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지주[055550]는 전날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4천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 수요 조사를 마쳤다.
당일 수요조사에 6천억원대 자금이 몰려 금리 4.15%로 발행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지주는 이어 관련 절차를 밟아 조만간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설 예정이다.
이번 발행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신한지주가 올해 끌어모은 자본 규모가 1조1천100억원에 달한다.
신한지주는 3월 1천5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며 올해 들어 첫 자본확충에 나섰다.
5월에는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로부터 기업신용등급 'A1'을 받았다.
이는 신한지주가 해외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해석됐다. 국내 금융기관이 해외 시장에서 채권 등을 발행하려면 국제 신용등급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이달 들어 신한지주는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5억달러(약 5천600억원) 규모 외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곧이어 이번에 원화로 신종자본증권을 추가로 발행하기로 한 것. 한달 사이 9천600억원의 '실탄'을 마련한 셈이다. 3월 발행분까지 더하면 1조원이 넘어간다.
시장에서는 신한지주가 ING생명 인수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 실제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본 확충에 나선 것 아니냐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신한지주는 현재 ING생명 지분 59.15%를 인수하는 안을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논의 중이다.
MBK파트너스가 신한지주에 제시한 가격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2조4천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지주가 마련한 실탄은 1조1천100억원으로 이에 한참 못 미친다. 하지만 차입을 감안하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금융지주사는 이중 레버리지 비율(double leverage)이라는 간접적인 출자제한 규제를 받는다.
이중 레버리지 비율이란 자회사에 출자한 금액을 금융지주사의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이다. 이 비율이 금융당국의 권고기준인 130%를 초과하면 경영실태평가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신한지주는 6월 말 현재 이중 레버리지 비율이 122.7%이다.
신종자본증권은 자기자본으로 인정받으므로 이달 들어 발행한 외화·원화 신종자본증권을 감안하면 이중 레버리지 비율은 117.3%까지 내려간다.
이번에 마련한 현금과 차입 등에 따른 총 출자 여력은 이중 레버리지 권고기준 내에서도 2조8천억원이 생긴다.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도 최근 기자들과 만나 "방향을 정해 진행 중"이라며 ING생명 인수를 공식화했다.
그러면서 "가격 이슈가 가장 크리티컬하다"며 "디테일에 따라 변수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한지주가 운영자금 마련이나 BIS(국제결제은행) 비율 제고를 위해 자본 확충한다고 하지만 ING생명 인수를 위해 자본증권을 발행한 것으로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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