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버스' 기획한 송경동 시인, 2심서 국가 배상 책임 벗어
항소심 재판부, 국가 청구 기각…일부 경찰관에만 배상책임 인정
송경동 "희망버스 사법탄압자들과 추후 국가·경찰 책임 물을 것"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2011년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희망버스' 시위를 기획했던 시인 송경동씨에게 국가가 손해배상금을 청구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014년 1심은 송씨가 국가에도 배상액을 물어야 한다고 판단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뒤집고 국가의 청구를 아예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6부(김행순 부장판사)는 21일 국가를 비롯해 경찰관 14명이 송씨와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다만 재판부는 경찰관 4명에 대한 송씨의 배상 책임만 인정하고 총 488만여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1심이 배상액으로 인정한 1천528만원보다 책임 비중이 크게 줄었다.
송씨는 이날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청 개혁위원회는 과도한 공권력 집행에 대한 책임을 집회 주최자에게 묻는 건 부당하다고 확인해줬지만 경찰은 그 어떤 조정과 화해에도 무응답으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송씨는 법원에 대해서도 "희망버스 시위 당시 경찰이 불법 댓글공작을 벌였다는 점에 대해 수사가 이뤄지는 만큼 그 결과를 반영해 판결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선고 연기를 신청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유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댓글수사 결과가 나오면 희망버스 사법탄압 피해자들과 상의해 재심 청구 등 국가와 경찰에 그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소송을 대리한 변호인도 "집회 주최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것 자체가 헌법이 보장한 집회의 자유를 방해하는 것으로서 '괴롭히기 소송'이다"라고 비판했다.
김진숙 전 민주노총 지도위원은 2011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를 반대하며 309일간 크레인 농성을 벌였다.
송씨는 김 위원의 고공농성을 응원하기 위해 2011년 6월 11일부터 전세버스를 타고 농성 현장을 찾아가 각종 연대 활동을 벌이는 '희망버스'를 조직했다.
그해 7월 9일 2차 희망버스를 조직한 송씨는 부산역과 김 위원이 농성 중인 영도조선소 부근에서 7천명이 참여한 집회와 시위를 주도했다.
그날 밤 11시 25분께 시위대는 경찰이 설치한 차단벽을 뚫고 김 위원이 있는 영도조선소로 들어가려다 경찰과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경찰이 시위대가 들고 있던 우산 등에 맞아 다쳤다. 갖고 있던 무전기나 비품을 빼앗기기도 했다.
국가와 경찰관 14명은 시위대의 이런 행동으로 전치 1∼12주의 부상을 당했고 무전기 등도 파손됐다며 송씨 등을 상대로 2011년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2014년 8월 1심은 "송씨가 집회 및 시위현장에서 참가자들을 적극적으로 격려해 폭력 등 불법행위를 하도록 권유한 것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며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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