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변호사에 여성 재판관 첫 2명…'진보색채' 더하는 헌재
대법원 이어 헌재도 진보인사 비중 증가…내년에 더 늘어날 듯
여성 재판관 2명 동시 재임 따른 변화도 관심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이 21일 신임 헌법재판관으로 이석태(65·사법연수원 14기) 변호사와 이은애(52·19기) 서울가정법원 수석부장판사를 지명함에 따라, 헌법재판소의 '진보 색채'가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변호사와 이 부장판사는 9월 19일 퇴임하는 이진성 헌법재판소장과 김창종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지명됐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을 지낸 이 변호사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대변자 역할을 앞장서 맡아 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인권변호사 중 한 명이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지명을 거쳐 헌법재판관에 임명된 유남석(61·13기) 재판관에 이어 또 한 명의 진보 성향 인사가 9명 재판관 중 한 자리를 채우게 됐다.
유 재판관은 법원 내 진보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창립을 주도한 인물로 진보 색채가 강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물론 헌법재판관들은 사건마다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게 마련이지만, 법조계에서는 이력이나 헌법재판관으로 추천한 주체 등을 기준으로 재판관들을 진보 혹은 보수 성향으로 나눠 분류하곤 한다.
이 변호사에게 자리를 넘겨주는 이진성 소장은 2012년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의해 지명됐고, 기본적으로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를 많이 받는다.
이은애 수석부장판사에게 후임을 물려주는 김창종 재판관도 같은 시기 양 대법원장의 지명을 받았다.
헌법재판관 진용 개편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국회 선출로 임명된 김이수·안창호·강일원 재판관도 오는 9월 19일이면 새로운 재판관으로 교체돼야 한다.
아직 국회에서 본격적인 논의를 진행하지 않은 데다 과거와 달리 여야 원 구성이 복잡해 예측이 쉽지 않지만, 1∼2명은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인사로 채워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조금 더 내다보면, 2013년 4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한 서기석·조용호 재판관 2명도 내년이면 6년 임기를 마친다.
문재인 대통령이 두 재판관의 후임을 임명하고 나면, 보수 혹은 중도보수 성향으로 분류될 만한 재판관은 지난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명한 이선애 재판관과 보수 야당 몫으로 지명될 1∼2명의 신임 재판관 정도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재판관의 판결 성향은 무 자르듯 나누거나 쉽게 예측할 수는 없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위헌 정족수인 6명이 법조계에서 진보성향으로 분류되는 재판관으로 채워질 수도 있다.
헌재에 앞서 대법원에서도 이념적 색채가 크게 바뀌었다. 이달 2일 김선수(57·사법연수원 17기)·이동원(55·17기)·노정희(55·19기) 대법관이 취임하면서다.
지난해 9월 취임한 김명수 대법원장까지 고려하면 사법행정 최고 의결기구인 대법관회의 구성원 14명 중 8명이 문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들로 채워진 상태다. 보수색이 짙었던 사법부 주류가 진보·개혁 성향으로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법조계에서 나왔다.
진보와 보수로 구분되는 전통적인 구분법과 별도로, 헌법재판소 사상 최초로 두 명의 여성 재판관이 동시에 재임할 가능성이 커진 점도 향후 헌재 결정의 변화를 예고한다.
최근 '젠더 이슈'가 중요한 사회적 화두 중 하나로 급부상한 가운데, 헌재가 이와 관련된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여성의 목소리를 더 크게 반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은애 수석부장판사는 대법원 산하 젠더법연구회에 창설 초기부터 몸담았고, 호주제 위헌 사건 등을 주제로 논문을 발표하는 등 여성문제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정통법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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