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북한 앤트맨' 엄윤철 "리우 때 이제 금을 놓지 않겠다고 결심"

입력 2018-08-20 21:53
[아시안게임] '북한 앤트맨' 엄윤철 "리우 때 이제 금을 놓지 않겠다고 결심"

대회 2연패에 北 하계 AG 100번째 금메달



(자카르타=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작은 거인' 엄윤철(27·북한)이 또 한 번 아시아를 들었다.

그는 "세계 기록을 세우지 못해 아쉽다"면서도 "리우올림픽 때 (은메달을 따고) 이제부터 금메달을 놓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고 곱씹으며 아시안게임 2연패를 기뻐했다.

외신이 마블 히어로 '앤트맨'이라고 부르는 엄윤철은 2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터내셔널 엑스포(지엑스포)에서 열린 남자 역도 56㎏급 결선에서 인상 127㎏, 용상 160㎏, 합계 287㎏을 들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4년 인천 대회에 이은 아시안게임 2연패다.

적수는 없었다. 엄윤철은 인상 1차 시기, 용상 1차 시기 등 단 두 차례만 '굿 리프트(성공)' 판정을 받았지만 2위 투안 타치 킴(베트남, 합계 280㎏)을 여유 있게 제쳤다.

그가 정한 '적수'는 자신이었다. 용상 1차 시기를 끝내고 금메달을 확정한 엄윤철은 2차에 172㎏을 신청했다. 자신이 보유한 용상 세계기록 171㎏을 넘어서려는 의도였다.

엄윤철은 3차 시기에서도 172㎏을 신청해 가슴까지 바벨을 끌어올렸지만, 손을 놓고 말았다.

잠시 아쉬워하던 엄윤철은 원 코리아 응원단 등 그의 이름을 연호하는 팬들을 향해 밝은 미소를 보였다.



경기 뒤 만난 엄윤철은 "세계 기록을 세우지 못해 아쉽다"고 운을 뗐다.

그에게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뒤 "금메달을 따지 못했으니 나는 인민영웅이 아니다"라고 말한 장면을 상기시키자, 엄윤철은 살짝 미소 지으며 "(그때) 이제부터 금메달을 놓지 않겠다고 결심했습니다"라고 답했다.

엄윤철은 북한 하계 아시안게임 100번째 금메달 주인공이 되는 행운도 누렸다.

그는 "이제 알게 됐다. 기쁘다"고 했다.

엄윤철의 인터뷰가 이어지는 순간에도 원 코리아 응원단은 '엄윤철'을 연호했다. "응원할게요", "잘 생겼어요" 등의 응원 문구도 들렸다.

엄윤철은 "(인상 1차 시기를 앞두고 플랫폼에 오르면서) 응원단이 눈에 보여 손을 흔들었다"며 "응원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도핑 테스트를 받기 전 마주친 한국 팬에게 직접 "응원해줘서 고맙다"고 말하기도 했다.

작은 체구(키 151㎝, 몸무게 56㎏)에도 런던올림픽 금메달, 리우올림픽 은메달, 아시안게임 2연패 등의 업적을 쌓은 엄윤철을 향해 지엑스포를 찾은 남·북한 팬과 관계자 모두 축하를 전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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