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업인들, 2천억불 中수입품 관세폭탄에 '아우성'
"미국 소비자들, 가격 오른 생활필수품 평생 사야할 것"
생활용품 많아 美소비자 '직격'…USTR엔 탄원서만 1천400건
(서울=연합뉴스) 김화영 기자 = 미국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대로 중국 수입품의 절반 가량에 고율의 관세를 물린다면, 미국 국민은 앞으로 평생 비싼 생활 필수품 때문에 고통받을 것이라고 기업인들이 우려했다.
이런 우려는 미 정부가 2천억 달러(약 225조원)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기 위해 20∼26일(현지시간) 개최하는 공청회가 임박하면서 더욱 강하게 표출되고 있다.
2천억 달러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부과는 각각 340억 달러와 160억 달러의 중국산 수입제품에 관세를 부과키로 한 앞서 결정들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게 기업인들의 지적이다.
전에는 중국산 기계류, 전자부품 등이 '관세폭탄'을 맞아 미국 소비자들의 체감도가 덜했지만, 2천억 달러의 물품에는 중국산 해산물, 가구, 조명기기,자동차 타이어, 화학·플라스틱 제품, 자전거, 유아용 카시트까지 망라돼 있어 미국 소비자가 직격탄을 맞는다는 주장이다.
미 상공회의소는 청문회에 제출하는 의견서에서 "이번 조처는 미국의 소비자, 노동자, 기업들, 그리고 경제 전반이 받는 피해를 어마어마하게 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상공회의소는 트럼프 정부에는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응하는 '일관된 전략'이 부재하다면서, 중국 정부와 '진지한 대화'를 나누라고 건의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에는 이미 1천400 건의 탄원서가 쏟아져 들어왔다고 로이터통신이 19일 전했다. 대부분 기업인들의 항의 서한이다.
유아용품 제조업체인 그라코(Graco)는 "관세는 우리 기업, 미국의 부모와 어린이들의 안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고율관세로 중국산 유아용품의 가격이 오른다면 부모들은 카시트, 그네 등 야외용 놀이기구를 살 때 중고 시장으로 눈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유아용품 기업인 이븐플로(Evenflo) 역시 관세가 부과된다면 임산부들을 위한 자사의 수동식 유축기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에서 제작된 관(棺)을 수입하는 텍사스의 기업 '센테니얼 캐스킷'의 더글러스 첸 회장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어 슬픔에 빠진 유족들이 관을 사려고 더 많은 돈까지 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페이스북, 아마존 등 테크기업들을 대표하는 인터넷협회(The Internet Association)도 "관세가 미국의 인터넷 기업들에 몰고올 경제적 피해가 엄청날 것"이라고 반대 대열에 합류했다.
미 원전업체 웨스팅하우스는 원전 튜브에 사용되는 지르코늄과 지르코늄 분말의 조달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관세로 미국의 상업용 원전에서 필요로 하는 핵연료의 제조비용이 오르고, 종국에는 미국 소비자가 부담하는 전기료가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의 대표단은 22∼23일 미국 워싱턴DC에서 만나 협상을 벌이지만 큰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11월에 만나 무역전쟁 해결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번 협상은 담판으로 향하는 첫 징검다리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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