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좌초한 한국 승마…20년 마장마술 패권 못 지켰다

입력 2018-08-20 16:01
[아시안게임] 좌초한 한국 승마…20년 마장마술 패권 못 지켰다

최순실 사태 여파로 표류 계속…든든한 지원 등에 업은 일본에 밀려



(자카르타=연합뉴스) 신창용 최송아 기자 = 어쩌면 예견된 수순이었는지도 모른다.

흔들리던 한국 승마가 20년 동안 지켜온 아시아 마장마술 정상에서 내려왔다.

김혁(23·경남승마협회), 김균섭(37·인천체육회), 김춘필(40·발리오스승마단), 남동헌(30·모나미승마단)이 출전한 마장마술 대표팀은 2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국제승마센터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 일본에 이어 은메달을 획득했다.

은메달도 뛰어난 성적이지만, 마장마술 단체전은 한국이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모르다시피 한 종목인 점을 고려하면 짙은 아쉬움이 남는다.

첫선을 보인 1986년 서울 대회에서 우승한 한국은 1994년 히로시마 대회에서 일본에 밀려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이후 1998년 방콕 대회부턴 패권을 놓친 적이 없었다. 1986년부터 2014 인천 대회까지 7번 중 6번 우승을 차지한 절대 강자였다.

첫 대회부터 2006년 도하 대회까지 연속 출전해 영광을 이끈 서정균을 필두로 2회 연속 2관왕 최준상(2002 부산·2006 도하), 황영식(2010 광저우·2014 인천) 등이 활약하며 명맥이 이어졌다.

하지만 2016년 온 나라를 덮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승마계에도 쓰나미를 몰고 왔다.

당시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정윤회, 최순실 씨의 딸로, 이전부터 '공주 승마' 논란을 일으킨 정유라(22)의 특혜 지원에 협회가 디딤돌이 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인천 아시안게임 마장마술 단체전 우승 때 일원인 정유라의 대표 선발 과정도 도마 위에 오르며 당시 달성한 역대 최고 성적(금메달 4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은 빛을 잃었다.

결국 회장사 삼성이 떠났고, 이후 계속된 수뇌부 공백은 아시안게임 준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올해 3월부터 두 명의 새 회장이 취임했지만 기존 승마인들과의 마찰 속에 버티지 못하고 줄줄이 떠났고, 대표 선발과 출전비용 확보 등도 더디게 진행됐다.

2020 도쿄 올림픽 출전을 바라보던 간판선수 김동선(29)이 '변호사 폭행' 사건 여파로 국가대표 자격을 잃으면서 출전할 수 없게 된 것도 악재였다.

그사이 경쟁국인 일본은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경기력 향상을 위해 아낌없는 지원 속에 아시안게임을 준비했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 2명이 버티며 24년 만에 마장마술 단체전 금메달을 가져갔다.

승마 대표팀 이은정 감독은 "우리 선수들도 준비를 열심히 했지만, 일본이 무척 잘했다. 일본과 인도네시아는 올림픽, 아시안게임 개최국으로 든든한 지원 속에 준비를 잘했지만 우리나라는 아쉬운 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song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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