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대통령' 정책신뢰 위기…文대통령, 고용개선에 '직 걸라'
무한책임 인식, 동시에 고용악화 구조적 요인 짚으며 장기적 관점도 환기
'김동연-장하성 엇박자' 논란도 의식한 듯 '팀워크' 강조
규제혁신·공정경제 강화 경제기조·'적극적 재정' 재확인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취업자 증가 폭이 반년째 10만 명대 이하에 그친 가운데 지난달 취업자가 작년 7월보다 5천 명밖에 늘지 않는 등 고용지표 악화라는 장애물을 만난 문재인 대통령이 결연한 의지로 정면돌파에 나서는 모습이다.
취임 전부터 '일자리 대통령'을 자임하고 나섰음에도 고용상황 악화가 중요한 현안으로 떠오르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면서 안일한 대응을 경계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20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고용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악화하고 있어 마음이 매우 무겁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좋은 일자리 늘리기를 국정의 중심에 놓고 재정과 정책을 운용했지만 결과를 놓고 보면 충분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지난 몇 달간 계속 악화하는 흐름을 보였던 고용상황과 관련해 직접 정부의 정책적 책임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고용쇼크'라는 표현까지 등장하는 현 상황을 엄중하게 바라보며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무한책임' 인식을 드러낸 거라는 평가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취임 당일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구성을 '1호 업무지시'로 내놓는가 하면 집무실에 별도의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하면서까지 일자리가 새 정부 제1의 국정과제임을 강조해 왔다.
이런 노력에도 고용지표가 계속 나빠지고 '일자리 재난'이라는 비난이 쏟아지는 현실은 '일자리 대통령'으로 불리고 싶다고 했던 문 대통령으로서는 무척 부담스럽다.
문 대통령이 회의에서 "정책에서 무엇보다 두려워해야 할 것은 난관보다 국민의 신뢰를 잃는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일자리 문제 해결을 공약했던 자신이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데 따른 책임감의 크기를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현재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참모들을 강한 어조로 다그쳤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와 정부의 경제팀 모두가 완벽한 팀워크로 어려운 고용상황에 정부가 최선을 다한다는 믿음을 주고 결과에 직(職)을 건다는 결의로 임해달라"고 했다.
배수의 진을 친다는 각오로 일자리 문제만큼은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주문하면서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 정부가 단합된 힘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와 관련해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사이에 감지되는 '엇박자'에 우회적으로 '옐로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해석된다.
전날 고용상황 관련 긴급 당정청회의에서 김 부총리가 경제정책의 개선·수정 가능성을 언급한 반면 장 실장은 "송구스럽지만 정부를 믿고 기다려 달라"고 말해 온도 차를 보였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위기를 맞닥뜨린 처지에서 내부 분열로 비칠 수 있는 요소들을 사전에 차단하는 한편, 팀워크 저해로 인한 정책 혼선을 방지하려고 참모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발신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날로 악화하는 고용지표가 발표되고 있지만 문 대통령은 '땜질식 처방'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하면서 J노믹스의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정책기조의 온전한 구현을 통한 효과 만개를 기대하며 전력투구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다만, 정부의 노력이 부족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인구와 산업구조 조정, 자동화와 온라인쇼핑 확산처럼 단기 대응과 해결이 어려운 구조적 요인도 있다고 지적하며 장기적 관점의 종합대책도 주문하고 나섰다.
아울러 내년 재정 기조를 확장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기존 원칙에 맞춰 적극적 재정정책을 주문하는 동시에 규제혁신과 공정경제 강화에 속도를 내달라고 당부하며 말 그대로 일자리 등 민생경제 분야에서 체감할만한 성과를 내는 데 진력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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