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획이냐 방생이냐, 갈림길에 선 호수공원의 오리 5마리

입력 2018-08-21 08:00
포획이냐 방생이냐, 갈림길에 선 호수공원의 오리 5마리

사람이 풀어준 것으로 보이는 새끼오리들 성장해 무리 이뤄

"냄새나고 수질 더립힌다" vs "탐방객에게 기쁨 주는 마스코트"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광주 한 호수공원에서 살아가는 집오리 무리를 두고 '포획'과 '방생'이라는 상반된 주민 요구가 나온다.

호수를 더럽히는 유해조수로 보고 퇴치해야 한다는 지적과 큰 불편 주지 않는 생명을 긍휼히 여겨야 한다는 의견 사이에서 지자체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21일 광주 서구에 따르면 매월동 전평제 호수공원에 주인을 알 수 없는 흰색 집오리 5마리가 무리를 이뤄 산다.

사람이 풀어줬을 것으로 추정되는 새끼 10여 마리가 지난해 초부터 전평제 일원에 터를 잡았다.

오리들은 유기견의 공격 등으로부터 5마리만 살아남아 성체로 성장했다.



그 사이 전평제를 관리하는 서구에는 오리들을 퇴치해달라는 민원이 잇따라 들어왔다.

오리들이 호숫물을 더럽히고 악취까지 뿜어낸다며 잡아달라는 요구였다.

서구는 민원이 제기되자 전평제 일원에 현수막을 내걸고 오리 주인을 찾아 나섰다.

호수공원이 가축을 방사할 수 없는 공간임을 알리며 이달 20일까지 오리를 잡아가라고 통보했다.

주인이 스스로 나서지 않으면 구청이 오리들을 임의로 처리한다는 계획까지 안내했다.

구청이 정한 날까지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일부 주민은 오리 다섯 마리가 저수량이 10만t에 달하는 전평제 수질을 얼마나 흐렸겠느냐는 반론을 제기하며 포획 저지에 나섰다.



이들은 악취가 난다는 지적은 부풀려진 주장이며 오리들이 전평제를 찾는 탐방객에게 기쁨 주는 '마스코트' 노릇을 하고 있어, 되려 보살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담당 구청은 전평제 집오리 무리가 자연적으로 서식지를 찾아온 철새가 아니라 유기된 가축인 만큼 포획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오리들을 전평제에 두기를 바라는 주민과 탐방객도 있어서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

서구청 관계자는 "도시공원 및 녹지에 관한 법률에 따라 주인을 찾을 수 없는 전평제 집오리 무리는 구청이 처리할 수밖에 없다"며 "당장 포획하기보다는 동물보호단체와 의논해보겠다"고 말했다.

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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