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조정 단일팀 북측 김은희 "결승 때 잘하겠습니다"
남측 송지선과 단일팀…둘이 합쳐 몸무게도 평균 57㎏으로 맞춰야
(팔렘방=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결승 때 잘하겠습니다."
남북 조정 단일팀의 북측 선수 김은희(17)가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김은희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조정 여자 경량급 더블스컬에 송지선(21·한국체대)과 함께 출전한 선수다.
이번 대회에는 여자농구와 조정, 카누 등에서 남북 단일팀이 구성됐는데 남북 각 1명씩 2명이 단일팀을 이룬 종목은 송지선과 김은희가 유일하다.
지난달 말 방남해 충주에서 훈련해온 김은희는 그동안 남측 언론과 인터뷰를 하지 않았지만 20일 인도네시아 팔렘방 자카바링 스포츠시티 조정·카누 레가타 코스에서 열린 예선 경기를 마친 뒤에는 소감을 밝혔다.
먼저 인터뷰를 마친 송지선이 김은희와 함께 사진을 찍어도 되느냐고 북측 관계자들에게 묻자 이들이 흔쾌히 허락했다.
심지어 사진을 찍기 전에 김은희의 머리 모양과 옷매무새를 좀 잘 봐달라고 송지선에게 부탁까지 했다.
말을 하기 전에는 다소 매서운 인상의 김은희였지만 소감을 묻자 이내 부드러운 웃음을 지으며 "결승 때 잘 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생각했던 것보다 안됐는데 24일 경기(결승) 때 잘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덧붙였다.
남북의 훈훈한 광경은 경기를 마치고 들어오는 자리에서도 연출됐다.
이날 단일팀은 6개 출전국 가운데 5위에 그쳤지만 북측 관계자가 레이스를 마치고 돌아오는 송지선을 향해 "지선이, 역시 머리가 좋아. 결선 때 유리한 레인을 배정받으려고 말이야"라며 격려했다.
이번 대회 여자 경량급 더블스컬에는 출전한 6개국이 모두 결선에 오르고 이날 예선은 결선 레인 배정을 위해 치른 레이스였다.
송지선에게 "정말 유리한 코스를 받은 것이냐"고 묻자 송지선은 "아무래도 5등이 끝쪽 레인인데 바람 영향을 덜 받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송지선은 "초반에 연습대로 잘 나왔는데 파도가 치는 바람에 노를 놓칠 뻔한 실수가 나왔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결선이 24일이라 시간이 있는 편"이라며 "저희가 맞춰본 지 얼마 안 돼서 타면 탈수록 기록이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오늘 실수를 보완해서 결선을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13일 출국 인터뷰에서 북측 김은희에게 직접 만든 목걸이를 선물했다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던 송지선은 "마침 (김)은희가 북에서도 앞에 타왔고, 저는 뒤에 타는 것이 더 편하기 때문에 그런 점도 잘 맞는다"며 "앞에 타는 선수는 리듬을 잘 잡으면서 체력이 좋아야 하고, 뒤에 선수는 잘 맞춰주고 가벼운 사람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 종목은 두 명의 선수 체중의 합이 114㎏을 넘으면 안 되고, 한 명의 체중도 59㎏으로 제한돼 있다.
송지선은 "제가 원래 몸무게가 덜 나가는 편이라 55㎏으로 맞추기 때문에 아무래도 (김은희가) 더 편하게 체중 조절을 할 수 있는 점도 있다"며 둘 사이의 좋은 호흡을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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