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몰타, 난민 놓고 또 충돌…살비니, "리비아 송환" 으름장
몰타 해역에서 伊 경비대에 구조된 난민 170여명 발 묶여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지중해에서 구조된 아프리카 난민을 누가 수용하느냐를 둘러싸고 최근 여러 차례 부딪친 이탈리아와 몰타가 19일(현지시간) 또 충돌했다.
이탈리아와 몰타 정부는 이번에는 사흘 전 몰타 해역에서 이탈리아 해안경비대에 의해 구조된 난민 177명의 운명을 놓고 공방을 주고 받았다.
이들 난민은 행선지가 정해지지 않아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 섬 인근에서 발이 묶인 이탈리아 해안경비대 소속 선박 '디초토'에 타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국경통제 기구인 프론테스가 주도하는 지중해 난민구조 작전의 지휘를 받은 이탈리아 해안경비대는 지난 16일 몰타 수역을 지나던 난민선에서 아프리카 난민 190명의 목숨을 구했다.
이탈리아 측은 이후 긴급 의료 지원이 필요한 난민 13명은 람페두사 섬으로 이송했으나, 나머지 난민 177명은 몰타가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몰타 정부는 이에 대해 "이 난민들은 몰타에 조난 신호를 보내지 않았을 뿐 아니라, 몰타의 구조 제의도 거부한 채 계속 이탈리아로 항해하려 했다"며 이탈리아의 요구를 일축했다.
다닐로 토니넬리 이탈리아 교통부 장관은 이런 몰타의 반응과 관련, 19일 자신의 트위터에 "몰타의 행동은 처벌 대상"이라고 비난했다.
그러자 마이클 파루자 몰타 내무장관은 역시 트위터를 통해 "이 문제에 대한 유일한 해법은 난민들을 람페두사나 다른 이탈리아 항구에 내려놓는 것"이라고 응수했다.
그는 또 이탈리아 해안경비대가 이 난민들을 몰타 해역에서 구조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들은 난민들이 이탈리아 수역에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구조한 것일 뿐"이라고도 주장했다.
이탈리아 정부의 난민 강경 정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마테오 살비니 내무장관 겸 부총리도 논쟁에 가세했다.
살비니 부총리는 EU 차원에서 디초토호에 타고 있는 난민을 분산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그렇지 않으면 난민 밀입국 사업을 중단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바로 이들 난민을 출발지인 리비아로 돌려보내는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EU는 난민을 상대로 학대, 고문, 성폭력 등 인권탄압이 횡행하는 리비아로 난민들을 송환하는 것은 국제법에 어긋난다고 보고 있어, 살비니 부총리가 이 같은 엄포를 실행에 옮긴다면 국제적으로 논란이 일 것으로 관측된다.
디초토호의 난민 처리 문제와는 별도로 조지프 무스카트 몰타 총리는 자국의 한 외양간에서 비참하게 생활하고 있는 모습으로 적발된 난민 120명을 이탈리아로 돌려보내겠다고 밝혀 또 다른 논란을 예고했다.
무스카트 총리는 현지 언론에 "이들 난민은 원래 이탈리아에 입국했으나, 일자리를 찾지 못하자 몰타로 넘어온 것"이라며, 이들의 이탈리아 송환 계획을 밝혔다.
한편, 이탈리아와 몰타의 거부 탓에 지중해에서 구조된 난민 141명을 태운 채 사흘 간 바다를 떠돌던 아쿠아리우스호는 프랑스, 스페인 등 EU 일부 회원국들이 난민 분산 수용에 합의함에 따라 지난 15일 몰타에 입항한 바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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