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나이 많아진 이산가족들 상봉, 더 자주 이뤄져야
(서울=연합뉴스) 남북 이산가족이 20일 금강산에서 상봉한다. 남측 이산가족 89명이 북측 가족을 만나는 1회차 상봉이 20~22일 열리며, 24~26일 진행되는 2회차 상봉에서는 북측 이산가족 83명이 남측 가족들과 만날 예정이다. 이번 만남은 4·27 판문점 선언에 포함된 8·15 계기 이산가족 상봉 합의에 따른 것이다. 제21차인 이번 상봉은 2015년 10월 후 2년 10개월 만이다. 이산가족들이 더 자주 만나야 하지만, 늦게나마 상봉이 성사돼 환영한다.
이산가족들이 고령화되면서 점점 부부, 형제자매 상봉이 줄고, 이미 세상을 떠난 가족의 배우자나 자녀를 만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백성규 할아버지는 101세로 남측 방문단 중 최고령이다. 금강산에서 며느리와 손녀를 만날 예정이다. 고령자가 많아지다 보니 남북출입사무소를 지날 때 버스에 탑승한 채로 통행검사를 하기로 했다. 휠체어 이용 인원이 20여 명이나 된다. 고령자들에게 응급상황이 생길까봐 의료·소방 인력 30여 명이 동행한다.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일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남북으로 흩어진 가족들은 헤어진 지 65년 된다. 최연소 이산가족 나이가 65세인 셈이다. 이미 세상을 떠난 이산가족도 많다. 지난 5월 말 현재 이산가족 등록자는 13만2천124명인데, 이 중 7만5천234명이 사망했고, 5만6천890명만 생존해 있다. 생존자 중 70세 이상이 전체의 85.6%인 4만8천703명에 이른다. 고령자가 많다 보니 매달 수백 명의 이산가족이 숨지고 있다. 이산가족들이 조금이라도 생이별의 한을 풀도록 상봉이 더 자주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다.
인도적 차원에서 가장 바람직한 것은 이산가족들이 원할 때 언제든지 만나는 것일 테다. 이산가족 상봉이 상시화돼야 하고, 그것이 어렵다면 연간 몇 차례 정례적 상봉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까지 진행된 20차례 상봉 행사에서 북측 가족을 만난 남측 이산가족은 2천 명 남짓이다. 지금처럼 100명 정도 규모로 상봉 행사가 진행된다면 560회 이상 행사를 해야 이산가족들이 모두 한 번씩 만날 수 있다. 혈육과 가족이 지척에서 평생 그리워하고, 천신만고 끝에 만나더라도 그것이 단 한 번에 그친다면 이보다 더한 비극이 또 있겠는가.
전면적 이산가족 생사확인을 진행한 뒤 편지 왕래, 인터넷 시대인 만큼 화상 통화가 가능하게 해야 한다. 남북 사이에 불고 있는 훈풍에 힘입어 상호 방문, 성묘·고향 방북, 상설면회소 설치 등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이산가족이 자주 만나려면 행정력 필요 등으로 인해 북한이 부담스러워 할 수 있다. 남북은 인도주의에 입각해 이산가족의 응어리를 외면하지 말고 근본적인 상봉 대책에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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