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가상화폐 연동 새 지폐 찍고 최저임금 60배 인상
'초인플레이션' 극복 위해 자국통화 95% 절하…20일 새 통화 도입
전문가들 "혼돈 우려, 가상화폐 연동은 사기"…상인들 가게 문 닫을 판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극심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가 자국 통화를 95% 이상 평가절하하고 최저임금을 60배 올리는 내용의 긴급 대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시장과 전문가 사이에서는 초인플레이션에 빠진 베네수엘라 경제를 살리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18일(현지시간) AFP와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마두로 대통령은 전날 밤 국영 TV로 중계된 대국민 연설에서 이와 같은 내용의 90일 경제회복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20일부터 '볼리바르 소베라노'(최고 볼리바르)라는 이름의 새 통화를 도입한다.
볼리바르 소베라노는 기존 볼리바르를 100,000 대 1로 액면 절하한 통화다. 10만 볼리바르가 1볼리바르 소베라노가 된다는 뜻이다. 이를 통해 통화 가치가 95∼96% 절하된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특히 새 통화는 베네수엘라가 자국산 석유에 토대를 두고 만든 디지털 가상화폐 '페트로'(Petro)와 연동된다. 1페트로(미화 약 60달러)는 3천600볼리바르 소베라노로 책정됐다.
이와 함께 월 최저임금을 기존 300만 볼리바르에서 1천800볼리바르 소베라노 또는 0.5페트로로 전격 인상하기로 했다. 로이터는 액면가를 기준으로 최저임금이 60배 올랐다고 보도했으나, AFP는 암시장 달러 환율을 적용해 34배 인상이라고 추산했다. 베네수엘라의 최저임금 인상은 올해 들어서만 5번째다.
이번 조치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베네수엘라의 물가 상승률을 100만%로 전망하는 등 인플레이션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 단행됐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는 그 효과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컨설팅 회사 에코아날리티카의 아스드루발 올리베로스 이사는 AFP 통신에 "앞으로 며칠 동안 소비자와 민간 영역에서 많은 혼란이 있을 것"이라면서 "혼돈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컨설팅사 에코노메트리카의 엔켈 가르시아 이사도 블룸버그 통신에 "이번 조치들은 일관성 없고 모순된 구상들"이라면서 "어떻게 집행될지를 놓고 불확실성이 증폭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2008년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이 1천 볼리바르를 1볼리바르로 평가절하했음에도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했다는 사실도 비관적인 전망이 힘을 보탠다.
로이터는 베네수엘라의 상인들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게 문을 닫거나 가격을 크게 올리거나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고 전했다.
게다가 새 통화의 토대가 되는 페트로의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가상화폐 사기가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가상화폐 평가 사이트인 'ICOindex.com'의 이코노미스트인 루이스 비센테 레온이 사기 우려를 제기하는 등 전문가들 사이에서 페트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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