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팔렘방 AG 개막…남북 역대 11번째 감동의 공동입장(종합)
주경철·임영희 공동기수…이낙연 총리·리룡남 北내각 부총리 뜨겁게 환영
분출하는 '아시아의 에너지'로 16일간 열전 시작…한국, 6회 연속 2위 도전
(자카르타=연합뉴스) 장현구 고미혜 신창용 기자 = 세계 최대의 섬나라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의 밤하늘에 아시아 인구 45억 명이 뿜어낸 에너지가 크게 용솟음쳤다.
아시아 최대 국제 종합 스포츠대회인 제18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18일 오후 9시(한국시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주 경기장에서 화려한 막을 올렸다.
헬멧을 쓰고 오토바이를 탄 코믹한 영상의 주인공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친근한 웃음과 함께 경기장에 등장하자 공식 행사는 시작됐다.
길이 120m, 높이 26m, 폭 30m로 제작돼 중앙에 자리한 특설 무대에선 폭포가 시원하게 물줄기를 내뿜는 등 산과 식물을 비롯해 인도네시아의 아름다운 자연을 구현한 장치로 구성됐다.
4천 명의 무희들은 열을 지어 앉아 형형색색의 의상과 일사불란한 몸동작으로 다채로운 볼거리를 선사하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45개 나라 1만1천여 명의 선수단을 환영했다.
알파벳 순서에 따라 아프가니스탄 선수단이 가장 먼저 입장했고, 남북 선수단은 카자흐스탄 다음으로 15번째로 경기장에 들어섰다.
북측 축구 선수 주경철(21)과 여자농구 단일팀의 최고참인 남측 선수 임영희(38) 두 공동기수를 앞세운 남북은 '코리아'(KOREA)란 이름으로 2000년 시드니올림픽 이래 국제 종합대회 11번째로 개회식에 공동입장했다.
공동기수가 흰색 바탕에 파란색으로 제작된 한반도기를 힘차게 흔든 가운데 흰색 재킷과 청색 바지로 단복을 맞춘 남북 선수단 200명은 손에 손을 맞잡고 전 세계를 향해 반갑게 손짓했다.
본부 중앙석에 앉아 있던 이낙연 국무총리와 북한 리룡남 내각 부총리는 함께 일어나 양손을 번쩍 들고 남북 선수단을 뜨겁게 환영했다.
김성조 한국 선수단장과 원길우 북한 선수단장도 나란히 양손을 잡고 팔을 들어 행진하며 '하나 된 코리아'의 평화 메시지를 전파했다.
'코리아'가 입장하는 순간 경기장 관중석과 메인프레스센터에선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남북은 독도를 표기한 한반도기를 사용하자고 합의하고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를 설득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해 결국 이번에도 평창동계올림픽에서처럼 독도를 뺀 한반도기를 들었다.
셰이크 아흐마드 알사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의장의 축사,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개회 선언에 이어 인도네시아 국기와 OCA 기가차례로 게양된 뒤 개막 축하 공연으로 넘어갔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인도네시아 문화의 정수와 자연과 사회, 그리고 꿈과 미래를 공기와 물, 지구, 바람, 불 등 4개의 주제로 나눠 신나는 노래와 율동으로 표현했다.
인도네시아 전통 의상을 차려입은 공연자들이 무대를 화려하게 수놓은 가운데 섬과 섬을 연결하는 바닷물은 고요함과 평화, 조화를 꿈꾸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이상을 표출했다.
지구는 이슬람 국가이면서도 여러 종교와 인종, 문화를 아우르는 인도네시아의 다양성을, 바람은 선조의 지혜 덕분에 이전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진 인도네시아의 강인함과 자부심을 각각 묘사했다.
웅장한 음악과 함께 열정적인 군무(群舞)로 인도네시아의 용기와 경쟁력을 형상화한 불은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자국 대표 선수들에게 거는 화끈한 기대감이었다.
불에서 불로 이어진 개회식의 하이라이트 성화 점화의 주인공은 인도네시아가 자랑하는 배드민턴 여왕 수지 수산티(47)였다.
인도네시아의 역대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5명을 거친 성화는 특설무대에 설치된 산 꼭대기에 이르렀고, 수산티가 어둠에서 등장해 성화를 산 정상에 있는 분화구에 점화하면서 올해 아시안게임의 불꽃이 활활 타올랐다.
성화 점화 후 화려한 불꽃이 GBK 주 경기장 상공에 폭죽처럼 터지며 분위기는 절정에 다다랐다.
GBK 주 경기장은 제4회 대회가 열린 1962년에 이어 56년 만에 두 번째로 열린 아시안게임으로 용광로처럼 달아올랐다.
선수들은 '아시아의 에너지'란 슬로건으로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 40개 종목에 걸린 465개 금메달을 놓고 9월 2일까지 16일간 열전을 벌인다.
1천44명의 선수단을 파견한 우리나라는 1998년 방콕 대회 이래 6회 연속 종합 2위 수성에 도전한다.
국제 종합대회 사상 두 번째로 결성된 여자농구·카누 드래곤보트·조정 3개 종목 남북단일팀은 민족의 힘을 모아 메달 획득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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