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범 숨진 장기미제 살인사건…공소시효 폐지 적용될까
17년 전 '가평 염순덕 상사 피살사건' 공범 처리 '주목'
(의정부=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국내 유명 장기미제 사건 중의 하나였던 '가평 염순덕 상사 피살사건'의 경찰 수사가 마무리돼 검찰에 넘겨졌다.
주범으로 지목된 유력 용의자가 수사 기간 중 사망하면서 공범에게도 '공소시효 폐지'가 적용될지가 관심이다.
살인사건의 공소시효를 폐지한 이른바 '태완이법'이 2015년 7월 시행된 이후 유사 사례가 없어 사법당국의 판단이 주목된다.
18일 경기북부지방경찰청 미제사건전담팀에 따르면 2001년 12월 11일 오후 11시 30분께 경기도 가평의 한 도로에서 부대 동료들과 술을 마신 뒤 귀가 중이던 수도기계화보병사단 소속 염순덕(당시 35세) 상사가 둔기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일명 '염순덕 상사 살인사건'이다.
당시 함께 술을 마셨던 군인들이 의심을 받았으나 사건은 해결되지 못했고, 2015년 8월 '태완이법'의 시행으로 이듬해 경찰에서 공식적으로 수사를 재개했다.
현장 주변에서 발견된 담배꽁초에서 나온 DNA가 일치한 군인 A씨와 B씨가 다시 수사 대상이 됐다.
그러던 중 공군사관학교에 파견돼 근무하던 A(국군기무사령부 소속·원사)씨가 지난 2월 돌연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번개탄을 피우고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A씨는 성매매 혐의를 받아 불명예 전역을 할 가능성이 컸고, 살인사건 수사에서도 궁지에 몰린 상황이었다.
그러나 염 상사를 몽둥이로 직접 휘둘러 숨지게 한 인물로 의심되던 A씨가 사망하면서 사건 수사는 다시 난관을 맞았다.
당시 술에 취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전직 부사관 B씨를 A씨와 같은 주범으로 볼 수 있을지가 문제였다.
B씨에 대한 살인죄 적용 여부를 두고 수사기관에서 오래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폐지됐으나 종범(從犯)은 제외됐기 때문이다. 종범이란 정범(正犯·주범)이 아닌, 타인의 범죄를 방조한 범인을 일컫는다.
경찰은 A씨와 B씨가 함께 범행의 도구를 준비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점, 오래전부터 감정이 서로 안 좋고 직전에 다툼까지 있었던 점 등을 근거로 B씨도 이 사건의 주범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B씨를 살인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지난달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공식적으로 수사가 재개된 지 2년여 만이다.
사법기관에서도 B씨를 주범으로 인정해 공소시효 폐지를 적용해 처벌할지가 주목된다.
17년 전 발생한 이 사건은 당시 군 검찰에서 용의자 2명의 조작된 알리바이를 신뢰해 수사를 내사 종결하면서 영구 미제사건이 될 뻔했다.
군이 범행도구인 대추나무 몽둥이를 분실하고, 유력 용의자가 국군기무사령부 소속이라는 점 등 때문에 각종 은폐 의혹을 받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용의자들이 군인 신분이어서 수사를 진행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면서 "늦었지만 사건 수사를 마무리하고 실체적 진실을 찾는 데 다가가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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