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술 발달할수록 스파이는 과거로 돌아간다"
포린폴리시 "8년전 중국내 CIA 정보원 30명 처형…통신시스템 허점 때문"
CIA 전 관리들 "우린 중국 얕봤다…지금은 비밀 접선 회귀"
(서울=연합뉴스) 김현재 기자 = 21세기 들어 미국 중앙정보부(CIA)의 최대 실패작 가운데 하나는 2010년 말부터 2012년까지 진행된 중국의 미국 스파이 일망타진이었다.
지난해 뉴욕타임스(NYT)를 통해 이 사건이 처음 알려질 당시만 해도 중국 당국이 처형한 미국 측 정보원 수는 12명가량인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16일 "당시 체포된 사람 대부분이 처형돼 사망자 수가 30명을 넘어 선다"고 5명의 전 현직 CIA 관리들을 인용해 전했다.
당시 중국 내 정보원이 일망타진된 원인을 놓고 여러 추측이 있었지만, 전직 CIA 요원 제리 춘싱 리가 중국 국가안전부로부터 수십만 달러를 받고 미국 측 정보원망을 팔아넘긴 '이중 첩자'였다는 것이 가장 설득력을 얻어왔다. 그는 지난 5월 스파이 혐의로 기소돼 중국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지난 8년간 미 연방수사국(FBI)과 함께 '당시 뭐가 잘못됐었는지'를 분석해온 CIA는 최근 리의 배신만으로는 당시 사태를 완전히 설명할 수 없으며, 미국의 첩보 통신시스템이 뚫린 게 결정적 원인이라는 내부 진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고 포린폴리시는 전했다.
온라인 환경이 열악했던 중동 지역에서 사용하던 시스템을 중국으로 가져와 그대로 사용한 것이 화근이었다는 것이다.
당시 활동했던 한 CIA 관리는 포린폴리시 인터뷰에서 "당시 우리의 태도는 '우린 무적이야'라는 것이었다"며 중국의 정보 통신 기술을 얕잡아 본 것이 결정적인 실수였음을 인정했다.
CIA의 지역 담당자들이 새 정보원과 일할 때는 그가 이중 첩자일 가능성에 대비해 임시 비밀 통신 시스템을 사용한다고 한다.
인터넷 기반으로 연결되는 이 디지털 암호 시스템은 CIA 담당자와 현지 정보원을 원격으로 연결할 수 있지만, CIA의 메인 시스템과는 분리돼 있어 이론상으로는 정보원이 적발돼도 메인 시스템 접속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CIA는 중국 국가안전부가 이미 8년 전에 임시 시스템을 통해 메인 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었던 사실을 확인했다고 포린폴리시는 전했다.
전직 CIA 관리는 "X 같은 방화벽 때문"이라고 말했다. 두 시스템 간 허술한 방화벽을 중국 당국이 뚫었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 국가안전부는 언제든 적임자를 갖다 쓸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며 "뭔가 일이 틀어졌다는 것을 안 순간 일은 훨씬 더 빨리 나빠졌다"고 말했다.
"사용하기 쉬운 기술일수록 보안성은 떨어진다."
각국 비밀 정보기관 요원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포린폴리시는 "이 사태를 통해 미국의 정보기관 관리들은 아무리 정교한 암호 체계를 적용해도 정보원을 보호할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CIA 전직 관리들은 이번 사태 후 중국에서 활동하는 CIA 요원들이 은밀한 곳에서 정보원과 비밀리에 대면 접선하는 등 과거의 수단으로 회귀했다고 전했다.
시간도 훨씬 더 많이 걸리고 개인적인 위험도 크지만, 조직 전체가 일망타진되는 사태는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포린폴리시는 CIA와 FBI 등이 이 기사에 대해 코멘트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kn020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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