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터키 연금' 목사 석방 압박은 복음주의 표 때문(?)
터키에 구금 중인 다른 미국 시민은 언급 없어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터키에 연금 중인 미국인 목사 앤드루 브런슨의 석방을 위해 관세 부과와 특정 각료에 대한 제재 등 전례 없는 강경입장을 보이는 것은 지지 기반인 복음주의 기독교 세력의 표를 의식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에서 당초 예상을 뒤엎고 미국민 전체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개신교 기독교인들 가운데 80% 이상의 지지를 얻어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브런슨 목사가 2016년 터키 쿠데타 기도와 관련해 터키당국에 구금되면서 복음주의 기독교계에서 유명세를 타자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위대한 기독교인'으로 지칭하면서 석방에 신경을 써왔다고 전했다.
역시 독실한 복음주의자로 알려진 2인자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최근 국무부에서 열린 한 국제종교자유포럼에서 브런슨 목사의 석방을 위해 기도를 제의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근인 존 무어 복음주의 자문위원은 "미국 내 교회에서 브런슨 목사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터키에 제재를 부과함으로써 전 세계적으로 종교 자유의 중요성에 대한 명백한 메시지를 던졌다고 찬양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7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협상을 통해 브런슨 목사의 석방에 합의한 것으로 간주했으나 터키 측이 이행을 거부하자 분노와 함께 관세부과 및 각료 제재 등 강경책을 들고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 측은 또 여전히 미국에 체류 중인 반체제인사 펫훌라흐 귈렌의 송환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르도안 정권은 귈렌을 2016년 실패한 쿠데타 기도의 핵심 세력으로 간주하고 있다.
FT는 17일 트럼프 대통령의 터키에 대한 압박은 브런슨 목사의 석방과 함께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복음주의 세력의 결집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을 제시했다.
복음주의 유명 목사가 무슬림국에서 억류 중인 사실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지지 성향 복음주의 세력을 결집하는 호재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복음주의자들이 지지하는 연방대법관 후임을 선정하고 이집트에서 미국인 구호활동가들을 석방하는 한편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들을 석방함으로써 복음주의 교회의 지지를 받았다.
또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긴 것도 다분히 교회를 의식한 것이었다.
미국 남부 복음주의 교회의 한 간부는 FT에 많은 복음주의 신도들이 트럼프의 행동에 "좋은 방향으로 놀라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나 개인적인 사안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약속을 지키는 점은 좋아한다고 지적했다.
또 펜스 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샘 브라운백 국제종교자유대사 등 복음주의자들을 요직에 기용함으로써 교계로부터 환영을 받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복음주의 장로교회 소속으로 브런슨 목사를 해외 파견한 교단이다.
브런슨 목사 석방을 위한 트럼프 행정부의 터키 정부 압박은 일단 여론의 지지를 얻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이 지나치게 복음주의 교회로 치우치고 있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5일 자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브런슨 목사의 석방에 지나치게 편향된 점을 지적했다.
현재 터키에 구금 중인 다른 미국 시민 20명과 미영사관의 현지 터키인 직원 수명 등에 대해서도 석방 노력을 펴야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터키에 대해 관세를 정치적 무기로 사용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면서 자칫 현 터키의 경제난과 관련해 에르도안 정권에 면죄부를 줄 수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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