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도시철도 2호선 공론화 출발부터 '삐걱'…갈등 증폭(종합)

입력 2018-08-16 13:51
수정 2018-08-17 16:33
광주시 도시철도 2호선 공론화 출발부터 '삐걱'…갈등 증폭(종합)

시민권익위 "공론화위 먼저 구성하자" vs 시민모임 "시민참여형 숙의조사 수용해라"

이용섭 시장 면담 과정서 몸싸움·언쟁 험악한 분위기 연출…2호선 갈등 심화 우려



(광주=연합뉴스) 김재선 기자 = 광주시 도시철도 2호선 공론화 방식을 결정할 '공론화위원회' 구성이 초반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시민단체와 논의에 나선 최영태 시민권익위원장이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대화중단을 선언하고 시민단체는 광주시장실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는 등 갈등이 커지고 있다.

10년 넘게 논의해 결정한 2호선 건설방식을 제쳐두고 이용섭 시장이 '공론화'를 선거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이 같은 갈등은 예고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람중심 미래교통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은 16일 오전 광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용섭 시장은 도시철도 2호선 공론화 약속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시민모임은 최근 최영태 시민권익위원장 주재로 3차례에 걸쳐 광주시 관계자들과 지하철 2호선 공론화 관련 준비 회의를 했다"며 "이 자리에서 광주시는 시민모임이 주장한 '시민참여형 숙의조사'에 대해 어떤 의견도 내놓지 않고 대안을 내놓지도 않아 공전을 거듭했다"고 주장했다.

시민권익위원회는 시민모임과의 대화에서 이용섭 시장이 주문한 '공론화위원회 선(先) 구성, 찬바람 불기 전, 9월 말 10월 초 결정'을 거듭 주장해 '숙의조사'를 요구한 시민모임과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모임은 이날 회견에서 "최영태 시민권익위원장은 '선 공론화위원회 구성'이라는 광주시의 입장만을 강권하는 편향성을 버리지 못하고 결국 대화중단을 선언했다"며 "미리 준비한 공론화위원 후보 명단을 제시하고 시민모임의 참여 여부를 결정하라는 식의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비난했다.

시민모임은 "도대체 숙의 과정이 없는 공론화가 가능하기나 한 것인지 광주시와 시민권익위원회에 묻는다"며 "숙의 과정을 통해 지하철 2호선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나고 시민여론이 건설반대로 쏠릴 것을 미리 두려워하기보다 다시 한 번 정책 결정에 앞서 진정한 시민의 뜻을 구하려 하는 겸손하고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최영태 위원장의 대화중단 사과와 일방적인 공론화위원회 구성안 취소, 지하철 공론화 과정에 표본 시민의 직접 참여와 학습·토론 기회 보장, 이용섭 시장의 '시민참여형 숙의조사' 준비를 위한 직접 대화 등을 요구했다.

회견을 마친 이들은 광주시장실을 방문해 이용섭 시장이 직접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대표자들이 이 시장을 면담하는 동안 일부 회원들은 복도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사전에 약속 없이 방문한 이들을 막으려는 시장실 관계자와 몸싸움과 언쟁이 벌어지는 등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당시 대한전문건설협회 광주시회 관계자들과 면담 중이던 이 시장은 시민모임이 사전 약속도 없이 갑자기 들이닥친 데 대해 '어디서 배운 버르장머리냐'며 불편한 심기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이 시장은 "공론화 방식이 숙의조사만 있는 게 아니다"며 "도시철도 2호선을 빨리 착공하라는 시민도 있는 만큼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공론조사위원회에서 결정하면 따르겠다"고 말했다.

시민모임 관계자들은 이 시장의 발언에 격앙돼 앞으로의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시민권익위원회와 시민모임의 대화중단에다 광주시와 시민모임의 마찰까지 더해져 도시철도 2호선 건설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 확산할 전망이다.

특히 '찬바람 불기 전에 도시철도 2호선 건설 방식을 결정하겠다'는 이용섭 시장의 구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kj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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