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협 가속 원하는 北, 文대통령 경축사 긍정 평가할까

입력 2018-08-15 11:56
수정 2018-08-15 13:33
경협 가속 원하는 北, 文대통령 경축사 긍정 평가할까

비핵화 전제조건 내세워 불만스러울 수도…"반발은 하지 않을 것"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내놓은 남북관계 구상에 일단 긍정적 평가를 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언급하면서도 비핵화에서 어느 정도 진전이 있으면 남북 간 경제협력에 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적 의도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교착 국면에서 문 대통령이 경축사에 밝힌 남북관계 구상은 광범위하면서도 그 실행에서도 비교적 구체성을 담고 있다.

더욱이 문 대통령이 '남북 경제공동체'라는 장기적 구상뿐 아니라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까지 언급함으로써 북한은 남북관계의 새 지평을 열어가려는 문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를 재확인하는 계기로 받아들일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경축사에서 "판문점선언에서 합의한 철도·도로 연결은 올해 안에 착공식을 갖는 것이 목표"라고 밝히고 이를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와도 연결했다.

'선(先)비핵화-후(後)경제협력'을 강조하면서도 철도·도로연결 착공식을 연내 목표로 제시한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철도·도로 협력 과정에서 속도를 내는 문제를 남측에 지속 제기했으며 지난 13일 3차 남북정상회담 논의와 판문점선언 이행 점검을 의제로 한 고위급회담에 철도성 부상을 포함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또 경축사에서 사상 첫 상호대표부인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로 "며칠 후면 남북이 24시간 365일 소통하는 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은 북미협상의 정체 속에서도 전날 개성공단 내 공동연락사무소 건물에 시범적으로 남측 전력을 공급하고 개보수 작업도 거의 마무리하는 등 조만간 개소식을 앞두고 있다.

남북 협력에 대한 문 대통령의 연내 목표 언급들은 북한이 남측에 미국을 중심으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동조하지 말고 '남북끼리' 경제협력과 교류를 빠른 속도로 진척시키기를 바라는 상황에서 비교적 긍정적인 메시지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문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한반도 문제의 주인 의식'을 강조하고 "남북간에 더 깊은 신뢰관계를 구축"함으로써 "북미 간의 비핵화 대화를 촉진하는 주도적 노력도 함께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북한은 북미정상회담 이후 미국의 비핵화 초기 조치 요구에 맞서 종전선언부터 해야 한다며 '버티기 모드'로 일관하는 한편 문 대통령과 남측 정부에 종전선언 실행에 나서라고 연일 촉구하고 있다.

북미간 협상이 난항을 겪자 노골적으로 남측에 중재역할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여전히 외적으로는 평행선을 달리는 북미협상 와중에서 문 대통령의 사실상 '중재자 확언' 공식 발언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러나 북한은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 진전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연결지었다는 점에서 마냥 박수를 보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어야 본격적인 경제협력이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경제협력의 '빠른 속도'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관영매체를 통해 남측이 말로만 판문점선언 이행을 외칠 뿐 미국의 대북제재에 동조해 남북경협 발전을 외면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런 연장선에서 북한은 문 대통령의 완전한 비핵화 발언이 불쾌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당장 9월 안으로 평양에서 3차 정상회담을 열기로 남북이 합의한 상황에서 불만이 보이더라도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도 문재인 대통령의 경축사에 담긴 고뇌를 외면할 수 없을 것이어서 불만이 있더라도 크게 반발을 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며 "대외용 선전매체 등 낮은 수준의 형식으로 불만을 드러낼지라도 조평통이나 노동신문 등 공식적 형식을 통한 비난은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ch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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