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타, 아쿠아리우스호 입항허가…유럽 5개국 난민 분산수용키로
프랑스 주도로 EU 주요국 이례적으로 신속히 합의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유럽연합(EU) 주요 회원국들이 지중해 상에서 대기 중인 난민구조선 아쿠아리우스호를 일단 몰타에 입항시킨 뒤에 이 배에 탑승한 아프리카 난민 141명을 분산 수용하기로 했다.
아쿠아리우스호의 입항허가와 난민수용 문제를 놓고 유럽국가 간 갈등이 또 증폭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EU 회원국 간에 이례적으로 신속한 합의가 이뤄졌다.
지중해의 섬나라이자 EU 회원국인 몰타 정부는 14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아쿠아리우스호에 입항을 허가할 법적 의무는 없지만 한 발짝 양보해 항구를 열어주기로 했다"고 밝힌 것으로 AFP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몰타는 앞서 지난 11일 아쿠아리우스호의 입항허가 요청을 이탈리아와 함께 거부한 바 있다.
지난 10일 리비아 근해에서 아쿠아리우스호에 구조된 난민 141명은 배가 몰타에 정박한 뒤 프랑스·독일·룩셈부르크·포르투갈·스페인 5개국이 분산 수용하기로 했다고 몰타 정부는 밝혔다.
사회당 정부 출범 후 인도적 차원에서 난민에게 온정의 손길을 보내고 있는 스페인이 가장 많은 인원인 60명을 수용하기로 하고, 나머지 81명은 프랑스 등 4개국이 나눠서 수용할 예정이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도 5개 회원국이 아쿠아리우스호의 난민들을 나눠 받기로 합의했다고 확인했다.
아쿠아리우스호의 입항 문제가 다시 이슈가 된 지 사흘 만에 몰타가 난민선에 항구를 열어주고 주요국들이 인도적 차원에서 난민을 분산 수용키로 신속하게 결정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아쿠아리우스호 입항허가와 난민 수용 문제에 대한 해법이 이처럼 빨리 도출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였다.
중재자를 자처한 프랑스가 전면에 나서서 EU 회원국들과 대책을 논의하겠다고는 했지만, 선뜻 항구를 열고 난민을 받겠다는 나라가 나오지 않으면서 사안은 교착 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해법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점에서 임시방편이라는 지적이 EU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EU의 난민 정책을 담당하는 디미트리스 아브라모풀로스 집행위원은 유럽으로 몰려드는 난민 문제와 관련해 EU 차원의 장기적인 해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날 내놓은 성명에서 "땜질 처방식의 방책에 의존할 수는 없으며 지속가능한 해법이 필요하다"면서 "(난민 문제는) 하나 혹은 일부 회원국의 책임이 아니라 유럽연합 전체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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