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줄고 폭염에 떼죽음…'찬밥' 된 대청호 빙어

입력 2018-08-22 09:05
소비 줄고 폭염에 떼죽음…'찬밥' 된 대청호 빙어

수출 막히고 생식문화 바뀌어 시장 위축, 어획량 급감

1994년 이후 2차례 폭염 피해, 녹조 등 수질도 악화돼



(청주=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빙어(氷魚)는 차가운 물에 사는 물고기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얼음장 밑을 요리조리 떼지어 다니는 앙증맞은 모습 때문에 '호수의 요정'이라는 별칭이 붙고, 몸속이 훤히 들여다보여 공어(空魚)로도 불린다.



냉수성 어종이면서 우리나라 어디에나 쉽게 적응해 살던 빙어가 최근 대청호에서 떼죽음 당했다. 한 달 넘게 이어진 폭염으로 수온이 급상승해 생긴 일이다.

이곳 빙어의 떼죽음은 1994년에 이어 두 번째다. 기록적인 폭염이 호수 깊은 곳에 사는 물고기 서식환경까지 연이어 파괴한 것이다.

◇ 의림지 빙어 옮긴 뒤 30년…인기 '시들'

대청호 빙어는 1980년대 중반 제천 의림지에서 옮겨졌다. 충북도가 수정란을 이식한 뒤 30년 넘게 증식사업을 펼쳐 특산어종으로 육성했다.

도는 빙어가 어민 소득원인 동시에 관광자원으로 가치가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해마다 1억2천만개의 수정란을 대청·충주호와 주변 저수지 35곳에 풀어 넣는다.

빙어의 인공부화 성공률이 50%에 이르는 점을 감안할 때 한 해 6천만마리가 충북의 호수·저수지에서 새 생명을 얻는 셈이다. 이 중 3분의 1인 2천만마리는 대청호에서 태어난다.

그러나 어민들이 바라보는 빙어의 가치는 예전만 못하다.

일본 수출이 막힌 데다, 민물고기를 날로 먹는 생식문화가 개선되면서 시장이 빠르게 위축한 탓이다.

통계청 조사 결과 5년 전 25t에 이르던 충북의 빙어 어획량은 2014∼2016년 11∼14t을 오르내리다가 지난해 7t으로 줄었다.

한때 10여척을 웃돌던 빙어잡이 어선도 대청호에 남아있는 2∼3척 남은 게 전부다.



대청호 어민 손승우(48·옥천군 안내면)씨는 "작년 겨울 빙어 도매가격이 1㎏당 3천∼4천원까지 떨어졌다"며 "식용 소비는 거의 없고, 축제나 체험장 등으로 일부 나가는 정도"라고 시장 상황을 전했다.

낚시 등으로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효과도 시들해졌다.

겨울마다 빙어 낚시터를 운영하던 옥천군 동이면 안터마을의 경우 4년 전 얼음이 깨져 주민 1명이 숨진 뒤 낚시터 운영을 중단했다.

◇ 더워지는 여름…냉수 어종 증식 계속해야 하나

이런 가운데 이달 초 옥천군 군북면 일대 호수에서 몸길이 2∼5㎝가량의 빙어 수 백만 마리가 떼죽음하자 증식 사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빙어는 섭씨 12∼16도의 차가운 물에서 사는 물고기다. 수온이 25도 이상 올라 물속 산소량이 줄어들면 폐사 가능성이 커진다.

한 달 넘게 이어진 폭염으로 대청호 표층 수온은 35도 안팎까지 끓어올랐다.

금강유역환경청에서 매주 발표하는 평균 수온도 회남수역(보은)만 22도에 머물 뿐, 문의수역(청주) 27.3도, 추동수역(대전) 25도 등으로 빙어 서식에 적합하지 않다.

여름이 길어지고 더워지면서 이 호수는 점차 빙어가 살기 힘든 환경이 되고 있다.

뿐만아니라 대청호는 전국 하천과 호수 가운데 가장 녹조가 심하기로 악명 높다. 조류경보제 도입 이후 2014년을 제외하고 연례행사처럼 경보가 이어졌고, 기간도 가장 길었다.



식물성 플랑크톤의 일종인 남조류는 수중 생태계를 구성하는 필수요소지만, 과다 증식할 경우 악취를 풍기고 물고기를 죽게 만든다.

◇ 어한기 유일한 소득원…생물 다양성 유지 효과도

그러나 충북도는 빙어 증식 효과에 대해 여전히 긍적적인 평가를 내놓는다.

오랜 증식사업으로 충북 전역에 빙어 어장이 만들어졌고, 다양한 요리법 등이 개발돼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쏠쏠하다고 주장한다.

도 내수면산업연구소 황규덕 팀장은 "빙어는 겨울철 어민에게 가장 중요한 소득원이면서 관광이나 음식산업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며 "먹이사슬의 최하위에 위치해 물속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는 역할도 한다"고 강조했다.

어족자원으로서 빙어의 가치가 여전하다는 뜻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 8∼10일 대청호에서 죽은 빙어 1.7t을 건져냈다.

죽은 빙어의 무게가 1g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어림잡아 170만 마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황 팀장은 "올해 수정란을 풀어 넣어 부화시킨 빙어가 2천만 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해보면 죽은 빙어는 이의 10%를 밑돈다"며 "최악의 폭염 때문에 생긴 일이지만, 어장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bgi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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