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위안부 피해자 묘역에 헌화…생존 할머니와 포옹도
"안식과 명복 빈다…생존 할머니들 오래오래 우리와 함께해달라"
이용수 할머니 "대통령에 큰절하고 싶어…北 피해 할머니 만나게 해달라"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제73주년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고인이 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묘역에 헌화하며 피해자들의 넋을 기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충남 천안 국립 망향의 동산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식에 참석했다.
행사에는 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양승조 충남도지사,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전혜숙 국회 여성가족위원장과 이명수 보건복지위원장을 비롯한 여야 의원 20여명이 참석했다.
청와대에서는 임종석 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주영훈 경호처장, 이용선 시민사회수석, 김의겸 대변인 등이 문 대통령을 수행했다.
특히 이용수·곽예남·김경애 할머니 등 생존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도 기념식장을 찾았다.
문 대통령은 기념식장에서 이용수 할머니를 보자마자 환하게 웃으며 반갑게 포옹했고, 김 여사 역시 "어떻게 지내셨나. 보고 싶었다"고 안부를 묻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휠체어를 타고 온 김경애 할머니 등에게도 허리 숙여 인사했다.
문 대통령 부부와 이용수 할머니는 기념식 시작 전 고인이 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안장된 '장미묘역'으로 함께 이동했다.
문 대통령은 다만, 뜨거운 햇볕을 생각해 "할머니께서는 그늘에서 쉬시라"고 당부했고, 결국 문 대통령과 김 여사만 묘역에 헌화를 했다.
문 대통령은 곧바로 이어진 기념식 연설에서 "이곳에 잠들어 계신 할머니들의 영전에 깊이 고개를 숙인다"며 "안식과 명복을 빈다"고 추모의 뜻을 밝혔다.
이어 "오늘 기념식을 통해 국민이 피해자의 고통과 목소리를 깊이 공감하게 되셨기를 바란다"며 "생존 할머니들께서는 오래오래 건강하게 우리와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단상에 올라 이날 제막한 추모비를 언급하며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 조금이나마 한이 풀리는 것 같다"며 "누가 이 기념비를 세워줬느냐고 물어보면 문 대통령이 세워줬다고 꼭 전하겠다. 문 대통령에게 큰절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먼저 가신 할머니들이 지켜보고 있다. 정부가 무관심한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고 꼭 전해주겠다"며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도와달라"라고 호소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소원이 있다. 형제와 다름없는 이북에 있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만나게 해달라"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기념식에는 4·27 남북정상회담 만찬장에서 노래를 부른 오연준 군이 참석해 '가을밤'을 불렀고, 문 대통령은 행사 후 오 군을 별도로 불러 격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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